방송법과 조중동의 장기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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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과 조중동의 장기집권
[기자칼럼] 김세옥 기자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8.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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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선두에 세운 여권의 든든한 뒷받침 때문일까. 여당이 지난달 22일 날치기 처리한 언론관계법 개정안의 법적 효력 문제를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기까진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남았지만 종합편성채널(PP) 진출을 노리는 언론사들의 물밑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 동아일보 8월18일자 2면.
우선 <동아일보>는 18일자 신문 2면 기사를 통해 종편PP 진출을 위해 122명의 인력을 배치한 ‘방송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지난 13일 김수길 부발행인과 김교준 논설실장을 각각 방송본부장과 방송사업추진단장으로 임명하고 종편PP 진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저하던 <조선일보> 역시 지난달 말 방송진출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70여명으로 구성된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최근 발족, IPTV 사업자인 KT와 컨소시엄을 구성, 자금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방송 진출 준비 이전 스스로 “방송을 하면 신문이 빨리 망한다”고 말했던 것을 복기해볼 때, 이들 신문의 공격적인 방송 진출 준비 태세는 놀랍기까지 하다. 또 궁금하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공언한 ‘세제혜택’ 등의 검토와 함께 어떤 ‘당근’을 약속받았는지, 그리고 국민 과반 이상의 일관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모자라 ‘당근’까지 약속하면서 여권이 이들의 방송진출을 돕는 까닭이 말이다.

민주당 등 야당과 방송·언론 관련자들은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명박 정부, 즉 여권에 우호적인 보수신문들에 방송이라는 달콤한 권력을 선물함으로써 더 이상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렇게만 해석하면 되는 걸까.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주어가 바뀐 게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방송을 등에 업고 ‘잃어버린 10년’을 만들려하지 않는 쪽은 보수신문이 아닐까라는 의문.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지적했듯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언론과 국가 권력과의 투쟁 의미가 약화되면서 지배적인 헤게모니의 조직자로서 언론의 역할변형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례로 보수신문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들 비리사태가 터진 직후 자신을 지원했던 언론권력의 파상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사실상 국정에서 손을 떼게 됐다. 지난달 여당이 언론법 날치기 처리 직전까지도 계속됐던 여야 협상 당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당에서 조·중·동만 방송진출이 가능하게 해주면 된다는 입장을 전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헤게모니를 손에 쥔 보수적인 언론권력들이 ‘아쉬웠던’ 의제 확산력을 담보하게 해줄 방송까지 차지하게 된다면 그 권력은 과연 누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에게 방송이란 권력을 선물한 정부는 언제까지 생색을 낼 수 있을까. 출범 직후부터 방통위원장의 정치 중립 의무는 실종시킨 채 공영방송 사장 몰아내기의 ‘성과’를 거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 보도를 잘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송사 사장에 앉은 이를 스스로 내친 정권은 방송을 소유한 보수신문에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이미 권력의 단맛을 맛본 보수신문들은 수십년 동안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국가 권력마저도 토사구팽 할 수 있는 힘과 경험을 축적해 왔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권력과 국민의 소통을 막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보수신문들을 개혁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정권을, 지난 5일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자평했듯 “까칠하게” 물어뜯는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방송이란 선물을 그들에게 안기고 의기양양할 것으로 보이는 방통위와 정권의 3년 반 뒤 표정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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