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비평- KBS <도전 골든벨> 미장센, 미장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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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명예보다 학교 명예 크게 생각

|contsmark0|80년대 말 <퀴즈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너도나도 함께 퀴즈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인사를 하던, 방학이 끝나고 도서관 휴게실에 우르르 모여 함께 퀴즈를 풀고, 진행내용에 일희일비했던, 퀴즈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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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그리고 10 여년. 다시 퀴즈 프로그램이 인기다. 최근에 보이는 퀴즈 프로그램의 권토중래는 상금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방송의 공영성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방송사들이 상금을 내걸고 시청자를 유인하는 ‘확실하면서도 위험한’ 방법을 택한 것에는 돈이라는 것에 비교적 관대하게 변화한 사회 분위기와 상금의 50%를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든지,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한다는 등 공영적인 포장술을 덧붙여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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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방송국 퀴즈 프로그램들이 돈에 목을 메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걸지 않으면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추구하는 세상의 경향과는 달리, 어쩌면 돈의 대척점에 있을 명예를 걸고 시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그 이름이 <도전 골든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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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거꾸로 가는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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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도전 골든벨>이 거는 상품은 노트북도 있고 오디오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프로그램 내내 느끼는 것은 골든벨을 둘러싼 명예 담론이다. ‘우리학교에서 골든 벨을 울리느냐 울리지 못하느냐’라는 관심은 ‘노트북을 타냐 못타냐’라는 관심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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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자신의 명예보다 학교의 명예를 더 크게 생각하는 고등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에는 ‘상금 타서 좋겠다’는 부러움보다 더한 감동이 있고, 제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져 헌신하는 스승의 우스꽝스런 모습에는 ‘쿨’한 것보다 더한 따스한 사랑도 살아있다. <도전 골든벨>은 프로그램 말미를 제외하고는 문제를 틀린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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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2|따라서 아무리 엉뚱한 답을 내더라도 학생들의 당당하고도 이유 있는 답변은 시청자가 보기에도 좋다. 학생들간의 경쟁관계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우리 학교가 골든벨을 울리게 할 수 있을까’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단합되는 모습은 방송은 물론 교육이 방치해놓은 대동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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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이 시간만은 그 학교 학생과 선생님이 온전히 주인공으로 보이며, 그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을 살려주는 몇 가지의 요소가 있으니 첫째는 미장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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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미장센, 소도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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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배치는 탁자 위에 놓인 경적(부저)에 손을 얹고 옆에 나란히 위치한 경쟁자와 대결하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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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6|하지만 <도전 골든벨>은 100명의 학생들이 번호에 따라 짜여진 널따란 고무판에 앉는다. 가부좌를 틀고 편안하게 바닥에 앉아있는 100명의 학생들의 모습은 책상에 갇히거나 부저를 누르기 위해 긴장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연좌농성이라든가, 과거 시험장을 연상케 하는 바닥에 앉는 행위는 묘한 해방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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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1|책상 앞에 선다든지 의자에 앉는 행위는 제도가 갖고 있는 순치된 행위의 표상인데 비해(법정이나 연단, 책상의 틀이라는 이마주)바닥에 앉는 행위는 도구의 중재 없이 인간이 원초적인 방법으로 자연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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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6|이런 방식으로 편안하게 앉아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1등을 뽑겠다는 결의보다는 함께 즐기는 놀이로서의 프로그램의 성격을 표현한다. 거꾸로 쓴 모자와 그 모자에 꽂은 친구들의 명찰이나 하얀 칠판에 쓴 ‘나는 할 수 있다’류의 표어는 경쟁일변도의 제도권 교육이 침범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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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1|거꾸로 쓴 모자와 친구들의 명찰이 상징하는 중의성은 이 프로그램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의 잔치가 아님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호로 읽힌다. 패자 부활전을 위해 선생님과 한 동아리가 되는 것을 돕는 것은 구멍이 뚫린 커다란 천 주머니다. 색깔이 있는 천 주머니 속에 몸을 담고 얼굴만 내민 학생들의 모습은 학생들 자신의 단결을 돕고,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깔끔하고 명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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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6|이러한 소도구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프로그램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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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5|음악, 프로그램을 잇는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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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0|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물을 훔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최근에 몇 번 눈물을 보인 것은 <도전 골든벨>을 보면서였다. 골든벨 문턱에서 탈락하고 아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고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이러한 눈물강탈은 <도전 골든벨>이 사용하는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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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5|이 프로그램에서 음악 혹은 음향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의 제시와 정답의 확인에서 음향효과가 사용되고 있으며 사이사이에 배경음악이 적절하게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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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0|음향효과는 문제와 정답의 제시라는 것을 알리는 파블로프의 종소리 같은 신호로서의 역할을 넘어선다. 때로 음향효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이어주는 바탕으로서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희극화되거나 혹은 감정에 흐르거나 들뜨는 것을 막아주는 가이드 라인의 역할을 한다. 사회자의 지나친 애드립이나, 학생들과 선생님의 넘치는 애교나 과장된 행동, 과열된 분위기를 잡아주고 퀴즈라는 본령에 충실토록 틀 잡는 역할을 음향효과가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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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5|또한 함께 문제를 맞추는 친구들의 탈락을 아쉬워하며 이별을 알리는 ‘타임 투 세이 굿바이’나 당당하게 탈락한 학생들의 기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위풍당당 행진곡’ 등의 배경음악은 프로그램이 가진 다양한 감정의 결을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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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0|이것이 이 프로그램을 여타의 프로그램과 구별짓는 변인이다. 음악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연예인 한 명 안 쓰고도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끄는 힘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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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9|우리들을 위한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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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4|70년대에 <우리들 세계>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고교생들의 재치와 웃음이 가득한 이 프로그램은 고교생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연예인 출연 없이 학생들의 이야기만 가지고 성공했던 이유는 학생들 그들만의 세계를 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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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9|시청자의 가슴에 남아 있는 이 프로그램의 흔적을 <도전 골든벨>이 이어가고 있다면 과장일까? 몇 십 년이 흐른 후 지금의 고등학생이 중년이 되어서 그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아름다운 아날로그 텔레비전의 추억 그것에 <도전 골든벨>이 이름을 하나 추가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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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4|* 홍경수 pd는 95년 kbs pd로 입사. 그동안 <열린음악회>, <가요무대>, <이소라의 프로포즈> <연예가중계>, <사랑의 리퀘스트>를 거쳐 지금은 <도올의 논어이야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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