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은 저널리즘 정상화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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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KBS 방송의날 특집 ‘공영방송이 가야할 길’

KBS가 ‘방송의 날’을 맞아 지난 3일 내보낸 특집 <공영방송이 가야할 길>은 방송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역할이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KBS 구성원들이 그리고 있는 ‘자신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다.

특집방송이 주장하는 내용은 간단했다. 공영방송은 정치·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공영성을 지키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 새로울 것 없는 주장이었지만 KBS가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궁금했다.

▲ 방송의날 특집 <공영방송이 가야할 길> ⓒKBS
프로그램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었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일본 NHK와 영국 BBC의 사례를 통해 KBS가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정부·여당 인사들이 항상 공영방송의 ‘롤모델’로 제시하는 두 방송사인 만큼 KBS는 각 방송사의 어떤 역할에 주목하는지 살펴봤다.

NHK에 대해 KBS가 주목한 것은 지역소식 등 다양성을 강화하고 신속·정확한 재난·재해 방송을 내보내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의회로부터 예·결산 승인을 받으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NHK의 약점도 짚었다.

그러나 막바지에 취재기자는 “신속하고 정확한 재해 재난 방송, 해외로 내보내는 영어 뉴스의 확대 등 NHK는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내고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결국 NHK가 비록 정권에 대한 비판 기능, 즉 ‘언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지만, 재난 방송 등 다른 부분에서 공영방송의 길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집방송은 “강제성이 없어도 대부분 수신료 내는 것 자체가 NHK에 대한 믿음의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BBC 편에서는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긴장관계를 유지한 BBC의 전통을 언급했지만,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의 제작이나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는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디지털 전환도 수신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기”라며 수신료를 강조했다.

정치·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지만,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은 수신료 현실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양질의 프로그램,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서는 NHK, BBC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한국의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KBS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 스스로도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와 공정한 방송을 하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와 관련해 연일 고통분담을 통해 적자 구조를 개선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국민들의 신뢰는 계속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현 정부 들어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는 최근 각종 조사에서 신뢰도·영향력 1위 자리를 타 언론사에 내줬을 뿐 아니라, 취재현장에서 기자가 쫓겨나는 수모까지 겪었다.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사라진 ‘공영방송’에 대해 국민들은 어떠한 신뢰도 보여주지 않음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에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진행자는 “7월 미디어관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송가에 빅뱅이 예고된다”며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했다. 분명 미디어법 통과의 효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은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을 잃은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법이 통과돼 종합편성채널 등이 등장하면 KBS의 위상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디어법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발언은 미디어법 국면을 안일하게 보고 있는 KBS 구성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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