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KBS 수신료 인상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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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KBS 수신료 인상 공청회
적정금액·여론조사 결과 등 밝히지 않아 … ‘요식행위’ 비판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9.0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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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BS가 첫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아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KBS는 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디지털 전환과 공적서비스 확대를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창건 KBS 정책기획센터장은 디지털 전환 등 수신료 인상 추진의 목적을 밝혔고, KBS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으로 올 상반기 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궁금증을 모았던 적정 수신료 금액이나 여론조사 결과 등은 이날 공청회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KBS는 당초 8월말까지 ‘수신료현실화(안)’을 마련해 홍보에 나선다는 입장이었지만 “회사 입장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여론조사 결과도 분석 중”이라며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 KBS는 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디지털 전환과 공적서비스 확대를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PD저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방청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청회에 참석한 KBS의 한 관계자는 “수신료 금액 등 구체적 내용이 있어야 토론이 가능한데 이러한 내용 없이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됐다”며 “알맹이가 빠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참석자는 “일반 방청객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도 부족했다”며 “KBS가 계획대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면서 여론수렴을 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공청회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KBS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발제문 내용이 부실하다”며 “인력 15%를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고, 수신료를 디지털 전환에 쓴다면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쓸 건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임창건 KBS 정책기획센터장의 발제 후 “가장 궁금한 내용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수신료 인상 시기와 적정 금액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임창건 센터장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광고 비중을 20%로 줄이면 수신료는 4500~4800원 사이가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구 노력으로 고통을 분담하면 2~300원은 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신료 인상안은 9월말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10월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검증을 거쳐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청회의 패널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방송관계자는 “패널 중 두 명을 제외하곤 친여·보수인사 일색이었다”며 “일부러 보수적 인사들을 섭외해 수신료 인상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KBS는 공청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미디어운동 단체와 언론학회에 패널 참여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대 미디어행동 사무처장은 “현 상황에서 수신료를 올린다고 나선 것도 맞지 않고, 당사자인 KBS가 공청회 주체가 된다는 것도 적절치 않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행동은 8일 저녁 논평을 통해 “KBS의 공청회는 요식과 정당성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며 “수신료 인상을 토론할 만한 아무런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공청회라고 하니 우격다짐식 내리꽂기라는 인상만 주고 말았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행동은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수신료 현실화는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면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스스로의 얼굴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수신료의 ‘수’자도 입 밖으로 내지마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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