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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은 진행형 … ‘희망찾기’ 계속돼야

|contsmark0|국민의 힘으로 무임승차한 방송이 이제는 앞장설 차례 6월항쟁 10주년을 맞이해 pd들을 포함한 방송인들은 감회가 남다르다. 권력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돌팔매질도 감내해야 했던 당시 방송은 6월항쟁 덕분에, 국민의 힘으로 방송 민주화·공정방송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방송은 ‘무임승차’로 표현되는 그 기회를 10년 동안 과연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 87년 연합회의 탄생도 6월항쟁을 모태로 한 것이다. 6월항쟁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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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참석자> 김철수(kbs tv1국)이채훈(mbc 교양제작국)한국연(cbs 기획조정실)임병걸(kbs 보도국 기자)김정환(시인, cbs 좥아름다운 당신에게좦 진행)
|contsmark3|임병걸 : 저는 87년에 입사했습니다. 사회부 기자로서 현장에 있었어요. 당시의 호헌조처와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방해꾼이었던 방송의 행태는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었죠. 방송과 언론은 원하든 원치 않았든 당시 광범한 국민적 저항을 평가절하했고 6·29 이후에는 그 국민적 저항으로 열린공간에 무임승차했습니다. 그로부터 오는 자괴감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죠.김철수 : 6월항쟁으로부터 언론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열린공간에서 협회나 노조 등이 만들어졌고 다시태어나는 계기가 됐었죠. 터부시되었던 소재들이 프로그램화 될 수 있었고 해고자들이 복직돼 현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구요. pd협회를 만들려고 중국 음식점에 모였던 것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몰래 모임을 가졌었는데 회사에 알려져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었어요.한국연 : cbs는 당시 엄중한 사회상황하에서도 소외계층 문제나 재야 동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많이 다룬 편이었어요. 그것은 cbs기 외곽에 있는 매체라서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정부나 공안기관도 별로 영향력 없는 매체라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면도 있었다고 생각돼요. 어쨌건 87년 이전과 이후 운신의 폭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군부정권 아래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노조활동도 국민의 힘으로 가능해졌죠. 방송하랴 한귀퉁이에서 시위에 참가도 하랴 당시 6월은 참으로 바빴던 걸로 기억됩니다.김정환 : 박종철 치사사건 이후 분위기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6·10항쟁은 갈데까지 가서 터진 것이죠.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위력이 드러난 시기이기도 한데 방송에 일희일비하던 때였어요. 언론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됐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후 언론에 대해 느끼는 실망이 더 큽니다.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냄비언론의 행태는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돼요.이채훈 : 6월항쟁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완료형이 아니죠. 지금도 진행중이구요. 물론 달라진 측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6월항쟁 당시 사회적 상황을 프로그램화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올해 연초 노동법 파업때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프로그램화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었습니다.또 하나 달라진 측면은 당시 방송은 잘못이 있어도 핑계댈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당시는 군부독재의 억압이 서슬 퍼랬던 시절이었고 마음 한구석에 늘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은 핑계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당시의 부채감에서 쉽게 벗어나 자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될 때가 많습니다.임병걸 : 문민정권이 들어서면서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된 측면이 있다고들 평가합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기저에 깔려야 하는 경제적 불평등, 자본의 공세 등에 대해서는 나아진 것이 없어요. 이를 바라보는 방송도 유감스럽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노동운동이나 자본의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러합니다. 방송인 자체가 직종에 관계없이 중상층으로 분류될만큼 부유해졌어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자기도 모르게 낙관적으로 돼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절실한 생존문제 등에 무감해진 것 같습니다. 지난 노동법 파동때도 방송이 권력·자본과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불평등했었습니다.6월항쟁 때는 전선이 분명했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분명했었지요. 그런만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도 컸었습니다. 6월항쟁 당시 요구했던 과제들이 여전히 상당부분 미완으로 남아 있기도 하구요. 6월항쟁 1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들을 벌이고 있지만 이시대 6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이나 토론회 등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6월항쟁 같은 상황이 온다면 방송이 저항할 수 있겠나 회의가 들기 때문입니다. cbs가 당시 처지상 그럴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아요. 상당히 용기 있게 행동한 것이라고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그정도 할 수 있는 방송이 과연 있겠습니까.김철수 : 동감합니다. 솔직히 6월항쟁 때는 한 일이 없습니다. 내 힘으로 뭔가 한 게 없어요. 6월항쟁 이후 10년간 협회·노조 등을 만들면서 방송민주화, 공정방송 만들기에 전념해왔습니다. 그 10년 동안 나름대로는 열심히 싸워왔지요. 그러나 막상 손에 잡히는 결과가 있나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10년동안 변한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권력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고 당시 열정적으로 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권력 앞에서 변절 또는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노조나 협회도 타협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10년동안 양적변화는 컸지만 이제는 질적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봅니다. 억압이 없고 권위주의적인 모습들이 사라지고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송환경이 정착돼야 겠지요. 변화를 기다리는 말없는 많은 사람들이 87년 6월처럼 일어서 다시 뚫고 나가야하는 시기 아니겠습니까. 10년동안 모두들 많이 애썼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결과가 현재 상황인데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제는 다시 행동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한국연 : 10년은 짧은 세월이 아닙니다. 사실 너무 긴세월이 흘러 6월항쟁이 현실로 살아있지 않고 단지 기념품으로 화석처럼 돼 있는거 아닙니까.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의 환경이나 분위기 또는 내재적인 논리가 6월항쟁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여건 등 사회적 변화가 많았고 달라진 여건 속에서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만들고 뉴스를 제작하는 내적논리는 변하지 않았어요. 소재가 변했기 때문에 겉으로 달라져 보이는 것 뿐이지요. 6월항쟁 직후 다졌던 각오랄까, 충격에서 비롯된 그 열정들, 뭔가 다른, 역사 앞에 책임지는 방송이 되겠다던 그 열정들도 많이 식어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6월항쟁 직후 방송·신문이 보여줬던 열정적인 모습에 희열을 느꼈었어요. 타 방송사에 생각이 바르고 좋은 선·후배, 동료들이 많았는데 그들에 대한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그 희열은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계는 많았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이 당시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그러나 그 열정이 이후 10년동안 지속돼왔고 그만큼 실천해왔는지, 질문이 여기까지 이르면 곤혹스러워요. 당시에 그 열정을 자괴감이나 곤혹스러움의 돌파구로 여긴 것은 분명 아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것밖에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임병걸 : 크게 보면 그렇게 비관적이진 않습니다. 8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얻은 정치적 자유라고 하는 것도 현재까지도 여전히 미흡한 상황인데요, 6월항쟁 이후 우리 언론이 희망적이냐 아니냐를 현재시점에서 판단한다면 돌아오는 대선에서 언론의 역할이 그 평가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후보의 후보를 벌써 불러내는 등 불공정 경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러다간 81년 전두환을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칭했던 방송을 또 하지말란 법이 없죠. 방송사들이 심기일전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방송을 공정하게 해낸다면 정치적으로는 6월항쟁이 완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김정환 : 미완이라는 것을 희망의 개념으로 볼려면 스스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분명 많이 달라졌고 프로그램과 사회적 실천의 결합이 쉬워졌습니다.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앞날을 내다보는, 불안감 없이 미래의 전망을 갖고 있어요. 희망이 있다는 얘기지요. 이제는 정치 편중사회에서 벗어나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정치문제도 풀릴 것이구요. 방송이 좀더 다양해지고 정치적인 소재로부터도 느긋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날짜가 다가오면서 또다시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습니다.이채훈 : 6월항쟁 이후 쏟아졌던 5공청산 프로그램들은 그전까지 방송의 편향에 대한 역편향이었습니다. 이제는 pd집단의 상식을 믿는 선에서 많은 금기사항들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안전을 추구하는 무사안일주의도 상당히 만연돼 있고 pd들도 많이 개별화되는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한국연 : 당시는 사회적으로 피(彼), 아(我)가 명확히 구분되었던 시기였고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을 역편향으로 쏟아냈지만 지금 우리 방송의 어법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싸워서 돌파하는 것이 이제는 안되는 상황입니다. 논리, 역사, 사회 가치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설득력을 가져야 합니다. 보다 다양한 방식, 보다 세련된 방송을 통해서 내재적인 가치를 구현해내야 합니다. 제시해야하는 지평이 어떤 것인지 현실적인 소재로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기록·정리 : 강현수> |contsmar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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