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판 광고’ 심의에서 잘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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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하는 독립PD지만 내 생전 라디오 광고를 제작하자는 요청을 받기는 처음이다. 더욱이 제작비는 고사하고 인건비 하나 없는 무보수 자원봉사며 제작내용도 4대강 사업 관련하여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광고라니 만든다고 한들 제대로 광고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참여한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지라 좌충우돌하며 어찌하여 두 편을 만들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댐을 스무 개나 짓는 다네요. 강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물이 더러워지고 우리 식수가 위협 받습니다.” “상수원보호 때문에 화학비료나 농약 안 씁니다. 근데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단지 없애고 위락시설 짓는다는데 그게 강 살리기입니까?”라는 내용으로 처음 것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가, 두 번째 것은 경기도 팔당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최요왕 씨가 직접 출연하여 정확히 20초 분량의 라디오 광고를 제작했다. 아마도 ‘4대강 사업’의 정부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이 광고는 2007년 한미 FTA반대 광고에 이어 정책반대 의견광고로는 두 번째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광고는 한국방송협회(대표 이병순 KBS사장)의 광고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4대강 비판 라디오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반면 이병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의 반대여론에 밀려 애매하게 포기선언을 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탈바꿈하여 추진되고 있는데, 이 4대강 사업마저 찬성보다 반대여론이 많은지라 정부는 거의 사활을 걸고 연일 각종 매체에 4대강 사업 홍보물을 뿌려대고 있다. 2009년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홍보비를 60억을 책정하면서 TV, 신문, 라디오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4대강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가 이를 보다 못해 시민모금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알리겠다며 의욕적으로 라디오 광고를 제작 했지만 처음 걱정대로 광고를 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맞서 환경단체가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겨우 20초짜리 라디오 광고를 통해서라도 그 부당함을 알리겠다며 덤벼들었는데 한국방송협회의 심의 보류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애써 만든 광고를 폐기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한국방송협회가 심의 보류한 사유는 김정욱 교수가 출연한 광고에서 “댐을 스무 개나 짓는 다네요” 하는 부분에서 정부가 만드는 것은 댐이 아니고 보를 만드는 것이며 이로 인해 수질이 나빠진다고 단정하지 말라는 이유를 들어 심의를 보류했다. 하지만 국제대형댐학회에서는 4대강에 만들어지는 보의 규모를 댐으로 정의하고 있어 한국방송협회의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최요왕씨가 출연한 “유기농단지를 다 없애고 위락시설 만든 다는데” 하는 부분에서는 유기농 단지가 다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위락시설이란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심의 보류 판정을 하였는데 이 결정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정부의 4대강 홍보광고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공익광고란 명목으로 심의조차 받지 않고 연일 방송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방송협회의 납득하기 어려운 심의 때문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환경단체와 정부의 홍보전은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 복진오 독립PD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4대강 사업에 문제점을 지적해온 사람들을 각종 정부 용역과 연구과제에서 제외시키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금융거래실적과 대학 강의 내용을 비롯 각종 개인생활사에 이르기까지 조사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까지 그 사정의 손길이 미친다고 하니 이참에 아예 그 미약한 힘이나마 뿌리를 뽑으려 하는 것 같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의 말은 그들이 만든 4대강 홍보 광고처럼 거짓과 기만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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