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사장의 임기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는 오는 23일 후임 사장 공모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KBS 안팎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사회가 사장을 추천하는 기존 방식 대신, 사장추천위원회를 도입해 KBS에서 ‘낙하산 사장’ 논란이 재연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이사회를 앞두고 KBS 내부에서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사장을 공모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난 16일 이사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공개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는 사추위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박홍서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기존의 이사회가 사장 선임과정에서 ‘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에는 여야에 치우치지 않게 시민단체, 학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를 사추위에 포함시켜 차기 KBS 사장을 선출하자는 기본적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PD협회 등 직능단체 “KBS이사회, 조건없이 사추위 도입하라”
KBS PD협회,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경영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직능단체들도 20일 함께 낸 성명에서 “사추위야 말로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며 “KBS 이사회는 이번 신임사장 선발 절차에 조건 없이 사추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추위가 ‘절차적 정당성’만 부여해주는 기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야 추천비율의 균형성 담보 △위원 7명 이상으로 구성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시민단체의 대표성 포함 △최종 후보는 3인 이내 △선발 절차와 선정 이유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대표·시민단체·학계 등 사추위 포함시켜 대표성 갖춰야”
언론단체나 학계도 사추위 구성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세명대 교수)는 사추위 구성에 공감을 나타내며 “다만 독립적인 사추위가 되려면 적어도 30명 이상의 위원으로 꾸려져야하며, 시청자 대표나 시민사회단체, 학자 등 중립적 인사들을 포함시켜 국민적 대표성을 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전 사례를 볼 때 KBS 노조나 이사회가 추천한 사람들만 사추위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장공모가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며 “KBS는 국민의 방송인만큼 시청자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선발기준, 심사과정 공개도 중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사추위 구성과 더불어 객관적 기준 마련, 심사과정 공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평가 기준을 ‘정치적 독립성’ 같은 구체적인 항목으로 정해 후보자의 해당 점수를 공개한다면, 이사회도 사추위가 우선순위로 올린 후보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도 “무엇보다 공개적인 질의응답이나 정견 발표 등을 통해 KBS의 독립성,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사장 후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장 공모가 이와 같이 진행되려면 아무래도 (현 이사회보다) 사추위를 통한 방식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이사회, 사추위 구성 수용할까?
하지만 KBS 이사회가 사추위 구성을 수용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고영신 이사회 대변인은 “규정대로 이사회가 (사장 추천 과정의) 모든 것을 맡느냐, 또는 전담제로 사추위를 구성해 후보를 3~5명으로 압축하느냐에 대해 23일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행동은 KBS 이사회 하루 전인 오는 22일 ‘KBS 사장 선출,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주제로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