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사장, 이제 임기는 한 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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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사장, 이제 임기는 한 달 뿐이다”
KBS노조 부산시지부 성명 “조직원들 평가 냉혹 … 연임 포기하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0.2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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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직원 설문조사 결과 이병순 사장 연임의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76.9%)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KBS 내부에서 이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노조 부산시지부(지부장 장홍태)는 21일 성명을 발표해 “이병순 사장에 대한 조직원들의 평가는 냉혹하기만 했다”며 “이 사장은 부디 연임에 얽매이지 말고, 한 달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지부는 “이병순 사장은 ‘흑재 재무제표’를 자랑삼아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KBS는 스스로 정치권력에 종속됐고 조직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깡그리 무시됐다”며 “국영방송이나 관영방송이 갖춰야할 ‘정명’을 고스란히 KBS에 이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노조) 설문조사가 더욱 엄중한 것은 KBS의 미래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병순 사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3일까지이며,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부산시지부는 “수신료 현실화, 디지털 전환 등 수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KBS 조직원들은 이 사장과의 이별을 원한다”며 “마지막까지 당신의 ‘흑자’가 의미 있는 것이 되길 원한다면, 후배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선배다운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사장의 임기, 이제 한 달이 남았을 뿐이다

처참한, 그러나 이미 예견된 결과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장 연임 설문조사 결과가 드디어 발표되었다. 행여 기대를 걸었는지는 모르겠으되 이병순 사장에 대한 조직원들의 평가는 냉혹하기만 했다. 76.9%의 직원이 연임반대 의사를 나타냈고 연임에 찬성하는 인원은 20.6%에 그쳤다. 조합원은 물론 전속단체 그리고 상위 임직원까지 포함된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원 5명 중 겨우 1명 정도만 이병순 사장과의 동행을 원하고 있다는 그야말로 처참한 결과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겨우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그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들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설문 결과에서 보듯 77.3%와 79.2%의 직원이 각각 영향력과 신뢰도의 추락을 지적하고 있고 차기사장의 첫 번째 조건으로 ‘공영방송 마인드(31%)’과 ‘정치적 독립(29.7%)’을 내세울 정도로 현재의 이병순호에 대한 평가는 냉담하다. 과연 이 기간 무엇이 달라졌기에 ‘흑자 재무제표’를 자랑삼아 내세우는 이병순 사장에게 이런 내부의 평가가 내려졌을까?

우리에게 사라진 것들

사장이 취임사에서 스스로 KBS출신 1호를 내세웠을 때 잠시나마 기대가 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스스로 KBS를 정치권력에 종속시켰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다운사이징 경영에만 몰두했다. 자신의 취임을 반대했다는 속 좁은 이유로 수십 명의 직원을 비연고지로 쫓아냈고 상대적으로 약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손을 잡아서는 안 될 세력과 악수하며 10년 전 인사를 되풀이 하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그저 저급하고 거짓된 논리로 비정규직 직원을 밖으로 내쫓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외부 출연자를 교체했다. KBS라디오를 2주에 한번 국영방송으로 전락시켰고 그 어떤 새로운 기획물과 프로그램이 생성되지 못하는 조직문화로 KBS를 재빨리 전환시켰다. 연성화된 뉴스, 더 이상 기획이 거세된 프로그램 등 세상에 대한 책임과 권력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상품들을 시청자에게 공급하면서도 그것이 공정과 공익에 부합한다고 변명했다.

그 결과 조직 구성원들의 자율성은 깡그리 무시되어 스스로를 저급한 자기 검열에 빠뜨렸고, 새로운 시도와 사고를 넘어서는 기획의 싹을 잘랐다. 아마도 국영방송이나 관영방송인이 갖추어야 했을 정명을 고스란히 KBS에 이식한 것이다.

공모 포기하고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라!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가 더욱 엄중한 이유는 KBS 미래에 대한 구성원의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KBS노동조합 부산시지부가 향후 이병순 사장의 선택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1월 23일까지 이병순 사장의 임기는 겨우 한 달, 이 기간 동안이 합법적으로 인정된 시간일 뿐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수신료 현실화, 디지털 전환 등 많은 난제에도 불구하고 KBS 조직원들은 사장과의 이별을 원한다. 사장 스스로 ‘내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 생각을 접는데 용기가 필요할 수 있으나 그 결론은 딱 ‘한 달만의 수고’여야 한다. 당신의 후배들은 그 용기를 밑거름삼아 공영방송으로서 가치를 공고히 지키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남은 한 달이 연임을 위한 시도에 얽매이는 기간이 되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까지 당신의 ‘흑자’가 의미 있는 것이 되길 원한다면 공영방송에 매진해야 할 후배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선배다운 결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이병순 사장이 KBS인이라면 마땅히 선택해야 할 길이다.

2009년 10월 21일
KBS노동조합 부산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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