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추위, 공개적 후보검증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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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추위, 공개적 후보검증 주력해야”
언론연대 논평 … “현 사장 임명구조, 또 다른 이병순 나올 뿐”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0.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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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1일 논평을 통해 “사추위는 사장 후보의 자격기준을 엄격히 하고, 후보가 KBS 발전을 위해 비전을 갖고 있는 공개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언론연대는 “KBS노조와 시민사회 등이 사추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사장 선출과정에서 사추위가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기여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며 “사추위를 할 거면 구성과 운영방식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에 따른 공개적인 후보검증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KBS 새 사장 선출을 한 달 앞두고 이병순 사장을 비롯, 김인규 강동순 권혁부 홍성규 등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이병순 사장이 연임하거나 또 다른 이병순이 오는 것에 불과하다”며 “KBS 사장 임명제청 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장 선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이병순 사장 집권 기간 동안 KBS는 자본과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목소리가 사라졌고, 영향력과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했다”며 “이 사장은 구성원들로부터는 비난의 표적이지만 누군가로부터는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이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실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KBS노조 설문결과 구성원의 76.9%가 이병순 사장 연임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순리대로라면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사장 자신도 잘 알 것”이라며 “이 사장은 (연임에 반대하는) KBS 구성원들의 뜻을 헤아려 공영방송 KBS를 정치권력의 장막으로부터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논평] KBS 사장 선출, 이병순인가 다른 이병순인가
- 사추위는 사장 자격기준과 후보의 비전 공개에 주력해야
KBS노조가 미디어리서치와 함께 KBS 구성원 4,377명(78.8%)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76.9%가 이병순 사장 연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찬성은 20.6%였다. 구성원 10명 중 8명이 이병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여론이다. 순리대로라면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병순 사장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이병순 사장은 구성원들의 뜻을 헤아려 공영방송 KBS를 정치권력의 장막으로부터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동의학원이 합작해 신태섭 전 이사를 몰아냈고, 이사회와 방통위, 대통령이 작심을 하고 정연주 전 사장을 정리했다. 신태섭 전 이사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해 사법부는 준엄한 판결을 내렸지만, 시간은 흘렀고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었다. 이사회는 이병순 사장을 임명제청했고, 이병순 사장은 구성원들의 반발과 저항 속에 출근을 강행했다. 1년 2개월 전에 이렇게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공영방송의 관영방송화의 서막이 열렸다.

이병순 사장 집권 기간, KBS는 시민을 버렸고 시민도 KBS를 버렸다. 공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자본과 권력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사라졌다. 비정규직 홀대와 제작비 삭감으로 구성원들의 사기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영향력,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했다. KBS라디오는 대통령의 전유물 취급을 당했다. 사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1년밖에 안되었는데 결과는 참혹하다.

그러나 KBS는 평화롭다. 위로부터의 통치와 자발적 복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적 요소는 관의 입김으로 대체하고, 편성규약은 사문서로 만들었으며, 시청자권리는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구성원의 저항은 완강했으나 임계점에 다다랐다. 촛불을 들고 응원했던 시민사회도 기대치를 접었다. 시민사회는 KBS에 참여하고 감시, 통제할 계기를 찾을 수가 없다. 해보지 않았던 일이고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병순 사장은 KBS를 평정했다. 평정이 주는 평화, 누군가는 이 고요와 안녕이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이병순 사장은 구성원들로부터는 비난의 표적이지만 누군가로부터는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것이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의 실체다.

새 사장 선출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이병순의 연임 의사 속에 김인규, 강동순, 권혁부, 홍성규 등의 인물이 거론된다. 이병순인가 아니면 이병순과 다른 이병순인가를 뜻한다. 3:2와 7:4의 KBS 사장 임명제청 구조에 변화가 없는 한, 이병순 또는 이병순과 다른 이병순의 탄생은 불가피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로부터 편성의 자율을 보장하는, 시민사회와 교감하며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는 사장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새 사장 선출은 이병순과 다른 이병순 간의 경쟁과 대결의 한 판 드라마일 뿐이며, 불행하게도 관영방송화의 대세를 거스를만한 계기가 발견되지 않는다.

KBS노조와 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가 사장추천위원회를 제안하고, 후보의 자격기준, 절차의 민주성과 투명성 요구에 나섰다. 그런데 사추위는 제안 취지에 대한 넓은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장 선출 과정에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기여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 따라서 기왕에 사추위를 할 거면 구성과 운영방식 따위에 관심을 경주할 것이 아니라, 사장 후보의 자격기준을 엄격히 하고, 후보가 KBS 발전의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보여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최악으로 치달아온 KBS, 이 두 가지가 사추위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차선의 일이다.

2009년 10월 2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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