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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태인 경제평론가

오스트롬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한 달에 한번 꼴로 글을 쓰는 바람에 때를 놓친 감이 있지만 엘리노어 오스트롬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대부분 언론은 최초로 여성이 상을 받았다거나 정치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은 점을 화제로 삼았고 일부 언론은 그의 수상을 금융위기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자 공동체적 해법을 제시한 그가 수상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노벨상도 시류를 강하게 탄다. 1997년 수상자는 하버드의 로버트머튼과 스탠퍼드의 마이런 숄즈 교수였다. “머튼 교수와 숄즈 교수는 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경제학에 선구적인 기여를 했다. 이들의 혁신적인 연구는 지난 20년간 파생금융상품시장을 급속히 확대하는 데 실질적으로 공헌했으며,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위험관리(헤징) 기법을 제공했다”는 것이 스웨덴 한림원의 시상 이유였다. 그러나 97년 미국 월가를 강타한 롱텀캐피털매니니먼트(LTCM, 헷지펀드)의 설립자가 바로 이들이었고 당황한 한림원이 이듬해 비주류 경제학의 상징이랄만한 아마티야 센교수를 선정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파생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 즉 블랙숄즈 공식은 이번 금융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 솔즈 교수는 또 다시 비주류 학자에게 노벨상을 안긴 셈이다.

‘공유지의 비극’의 비극

▲ 경향신문 10월13일자 2면
오스트롬교수가 기여한 분야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 문제이다. 1968년 생물학자인 개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은 논술 시험 때문에 우리나라 고등학생들도 잘 알 만큼 유명하다. 공유의 목초지에 양들을 마음대로 놀게 한다면 결국 풀이 고갈돼서 모두 손해를 볼 거라는 얘기다. 하딘의 말을 빌리면 이 문제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때 언제나 발생한다.

그러나 이 ‘공유지의 비극’은 한국에서 그야말로 ‘비극’을 겪고 있다. 어느 고등학교 교과서나 참고서, 심지어 대학의 경제학 교과서들도 이 비극이 ‘사적 소유(private property)’의 도입으로 해결된다고 설명한다. 공유지를 농부들에게 고르게 나눠 준다면 자기 목초지가 완전히 말라 붙을 정도로 양을 풀어 놓지는 않을테니 “상황 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하딘이 인클로저 운동을 예로 들었고, 결국 사적소유를 전제로 하는 시장에 모두 맡기라는 말이니 경제학자들은 또 얼마나 기꺼울 것인가.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 보면 이 해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중세시대 내내 공유지를 운용했는데 그 때는 왜 멀쩡했는가? (그래서 하딘은 두 번째 논문에서 규제 있는 공유지의 예를 들고 있으며 첫 번째 논문에서도 국가(리바이아탄)와 사적 소유라는 두 개의 해법을 제시했었다) 또 있다. 만일 농부들이 주상복합빌딩을 세우면 큰 돈을 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목초지는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사적 소유는 오히려 자연을 파괴하게 된다.

이런 과잉 단순화의 비극은 ‘코즈 정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역시 노벨상을 받은 코즈가 “어떤 외부성 문제도 사적소유가 확립된 경우 개인에게 맡겨 놓으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코즈 정리에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이들이 ‘기회비용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부러 무시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관련된 문제만 맞닥뜨리면 고전을 읽지 않는 경제학자들의 고질병이 도지는 셈인데 우리 학생들은 그 결론만 알고 있으니 어찌 하랴.

▲ 정태인 경제평론가
비극은 또 있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오스트롬이 공동체 소유를 대안으로 내 놓았다고 보도했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물론 오스트롬이 제시한 문제 해결의 조건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감시비용, 당사자들 간의 신뢰(즉 사회적 자본), 외부자의 배제 등은 공동체에 유리한 항목들이다. 하지만 모든 병에 다 듣는 만병통치약이란 없다고 오스트롬은 단언한다. 자연자원의 성격과 소유형태, 집합 행동의 원리를 모두 고려하여 최근 그가 내 놓은 것이 “사회-생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분석을 위한 일반 체계”(2009)이다. 4대강 정비사업 추진자나 녹색성장의 주창자들이 꼭 읽어야 할 글이지만 아무래도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요, 개 발에 편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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