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이사장 손병두)가 지난 30일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세부적인 구성을 놓고 여·야 추천 이사들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9시간에 걸쳐 사추위 구성을 논의했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과 야당 추천 이사들은 구성방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회의 막판 고영신 김영호 이창현 진홍순 등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퇴장했고, 정부·여당 추천 이사 7명의 표결로 사추위 구성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정치적 균형이 맞지 않는 무늬만 사추위”라며 반발했다. 김영호 이사는 “KBS 시청자위원회는 관변단체 추천인사로만 구성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며 “(여당 추천 이사들이 마련한 안은) 실제 여야 비율 4대1의 구성이다. 7대4의 이사회 구성보다 심한 상황인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초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추위를 7명으로 꾸리자고 제안했다. 세부적인 구성은 KBS 이사 4명(여·야 추천이사 각 2명)과 KBS 사원대표 1명, 시민사회단체 추천 1명, 한국언론학회 추천 1명 등이다. 고영신 이사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무늬만 사추위인 세부구성안을 표결로 밀어붙이려고 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표결 직전 퇴장했다”고 말했다.
한번 더 논의는 하지만 … 야당추천 이사, 사추위 참여 불투명 ‘난항 예고’
이러한 가운데 KBS 이사회는 다음달 3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한 번 더 의견을 수렴하고 사추위 구성안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하지만 표결로 확정한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사추위 운영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추천이사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기이사회에서 표결로 결정된 내용을 임시이사회에서 뒤바꿀 수는 없다”며 “3일 회의는 사추위 구성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 추천이사들의 사추위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다. 고영신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사추위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고, 김영호 이사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하수인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사추위 활동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사추위 도입을 반기면서도 여·야 추천이사들이 합의해 세부구성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공식 발표를 미루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달라고 이사회에 요구했다”면서 “양측이 이견을 좁혀 기존 방식보다 진일보한, 민주적이고 정치독립적인 사장 선임을 위한 방식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