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라디오연설 폐지 요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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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PD “사측, 가을개편까지 포맷변경 합의 어겨 … 즉각 폐지하라”

KBS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이명박 대통령 주례연설을 폐지하라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KBS 노사는 이번 가을개편까지 일방적인 연설방식을 수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2일 개편 이후 처음으로 전파를 탄 주례연설은 대통령의 ‘일방통행’ 그대로였다.

KBS 라디오PD를 중심으로 한 기자·PD 조합원들은 “가을개편 때부터 변경된 포맷으로 방송을 내보내겠다는 사측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방식을 바꿀 수 없다면 대통령 주례 연설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일 발표한 성명에서 “문제해결 능력도 없는 라디오 간부들 대신, 애초 주례방송을 허락한 이병순 사장이 직접 나서라”며 “이 사장은 취임 첫 작품인 대통령 주례방송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해결하고, KBS 구성원 다수가 바라는 대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KBS라디오 PD들은 가을개편 이후 대통령 주례연설이 첫 방송된 지난 2일 오후 본관 민주광장에서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KBS PD협회
앞서 라디오 PD들은 편성 초기부터 일방적인 방식의 대통령 주례연설의 문제를 지적하며 △포맷변경 △야당 반론권 보장 △제작진 자율성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KBS 노사는 지난 4월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설하는 현행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공감했고, 몇 차례 진통 끝에 올 가을개편까지 주례연설의 포맷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편 이후에도 사측의 포맷변경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라디오PD들은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반발했다. 라디오PD 40여명은 지난 2일 오후 12시 여의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벌였고, 같은날 발표한 규탄 성명에는 TV제작본부 PD들과 보도국 기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기자·PD 조합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은 2일 방송에서도 민심을 외면한 채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기에 급급했고, KBS는 그런 목소리를 여과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했다”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KBS 조합원들은 대통령 주례연설 폐지를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결국 사측도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포맷 변경을 약속한 것 아니냐”며 “결국 권력 앞에서는 조합원과의 공식적 약속도, 국민의 눈과 귀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적 배짱이자 자리보전을 위한 저급한 몸부림”이라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민일홍 KBS노조 중앙위원(라디오 PD)은 “사측은 (대통령 연설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한다며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추가 편성한다고 하는데,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반론권 보장이 아니다”라며 “노조가 공방위에서 주례연설 문제를 다뤄줄 것으로 기대하며, 사측의 변화가 없을 경우 피켓시위 뿐 아니라 강도 높은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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