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심포지엄에서 책 보고 번역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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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술의 위기’ 번역한 김영한 KBS라디오 PD

▲ 김영한 KBS라디오 PD
<예술의 위기>. 꽤나 포괄적인 제목이지만 ‘세계화 시대의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보면 책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저자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선진국의 문화 공세에 제3세계의 고유한 문화들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김영한 PD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S노동조합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김 PD는 언론노조 대표로 파리에서 열린 ‘세계문화다양성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예술의 위기>를 처음 접했고, 국내에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번역을 결심한 그는 저자인 요스트 스미르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예술대학교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뜻을 밝혔고, 스미르스 교수도 흔쾌히 동의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대표로 심포지엄에 함께 참가했던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도 번역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김영한 PD는 “이 책이 막 출간됐을 때, 한국에서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아주 초보적인 단계였다. 관련 논문도 별로 없는 불모지 상황이었다. 이 점을 저자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스미르스 교수도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를 높이 평가해 번역에 선뜻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 PD가 번역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영어과를 졸업하고,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 석사를 거쳐 한양대에서 ‘한국 방송노동시장의 유연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앞서 숀 무어스의 <미디어와 일상>을 공역했다.

▲ <예술의 위기>(요스트 스미르스 지음, 김영한 유지나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김영한 PD는 <예술의 위기>에 대해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유럽 대륙 쪽에서 문화 주권을 주제로 쓴 글을 보기는 쉽지 않다”며 “네덜란드 학자인 저자는 아시아, 중동 등 제3세계에 눈을 돌려 지역의 문화적 삶이 다국적 기업에 의해 어떻게 상업적 영역으로 편입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자는 대안으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으면서 고유문화를 지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와 함께 스미르스 교수는 예술가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현 저작권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주제인 만큼 <예술의 위기>가 그리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김영한 PD의 말에 따르면 “교양서보다는 조금 어렵고, 논문보다는 조금 쉬운 수준”이라니 문화의 다양성과 저작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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