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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과 방송위원회
박진생<박진생신경정신과 원장>

|contsmark0|평소에 안면이 있던 프로듀서를 우연히 만났는데 좥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좦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와 징계를 받게 되었다면서 풀이 죽어있었다.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필자의 경우도 가끔 텔레비전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작품을 만드는 프로듀서나 작가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이 프로가 징계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우선 방송위원회의 서류들을 검토해 보았다. 귀신이라는 주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해 너무 생생한 현장감을 주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고,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했다는 것이 경고의 요지였다.사실 그 동안에 방영된 프로들을 보면 귀신을 너무 과장하거나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공포심을 유발시킨 경향이 있었다. 이런 점은 제작진도 귀를 기울여 시정해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렇지만 이런 점을 제외하면 좥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좦는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모든 소재를 시청자들이 제공하는 자료나 정보에 의지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방송의 소재선택은 소수의 작가나 연출가의 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어온 감이 있다. 그러나 방송도 어떤 면에서는 상품과 같은 것이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이라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면 시청자는 그 물건을 사다 쓰는 소비자에 해당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 제작진이 시청자의 체험에서 소재를 구하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그토록 귀신이나 혼령과 같은 초자연적인 경험에 집착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원래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가 매우 종교적이며 범신론적이었다는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는 마을마다 성황당이 없는 마을이 없었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빌기 좋아했던 분들이 있었을까? 나무에다 빌고, 돌에다 빌고, 달에다 빌고, 또 정화수 한 그릇을 떠놓고 하늘님에게 빌었던 것이다. 그만큼 자연의 세계를 존중하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산 것이 우리 민족이었다. 그런 만큼 좋은 일을 하면 산신령이 도와주고, 나쁜 일을 하면 귀신이 와서 벌을 주고 잡아가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일치하는 것이다.근세에 들어와 우리 나라에서 기독교나 천주교가 활발하게 전파된 데에는 이러한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심이 뒷받침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속적인 신앙이 꼭 반기독교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독교 단체에서도 이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다른 프로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지난 주말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외화를 보았는데 그 내용의 폭력성과 처참함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였다.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이 하는 내용의 프로가 어떻게 토요일 주말에 방영될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거기에 비하면 좥이야기 속으로좦와 같은 프로는 방향만 잘 잡고 보완을 한다면 오히려 재미있고도 유익한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방송위원회도 징계일변도로 나가기보다는 보완책 마련 등 발전적인 방향제시를 해나갔으면 한다. 예를 들어 시청자들이 이 프로를 보고 미신적인 태도를 가질 우려가 있다면 프로의 앞부분에 미리 안내문을 방송한다거나 말미에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이게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언론, 창작의 자유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방송위원회의 잦은 경고와 징계는 자칫 제작진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이미 시청률 10위권 내에 들 정도의 인기프로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 프로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거나 그들을 무시하는 측면도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냉정한 심의위원은 바로 시청자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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