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영화평 "빌리 엘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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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영화평 "빌리 엘리어트"
"가족이란 무엇일까"질문 던지게 하는 영화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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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영화정보 프로그램 <씨네포트 2000>을 담당한지도 이제 만 3개월 째에 접어든다. 작년에 잠깐 연출했던 기간까지 합하면 한 5개월 정도, 영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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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영화정보프로그램을, 그것도 75분이나 되는 방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영화에 관한 한 이것저것 주워 들은 게 많은 것은 당연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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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직업 때문인지, 영화도 보지 않고 척하니 별점에서부터 개개의 평까지 입에 올리게 되는 건방을 떨게되지만, 아무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만큼 영화를 볼 기회는 많지 않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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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일단 주워 들은 게 많다보니 영화를 고르는 것은 더 까다로워지는 데다가, 이런 저런 통로로 하이라이트에 예고편, 운 좋으면 거의 전면적인 완전 판까지 미리 보는데 굳이 영화를 시간 내어 제대로 보러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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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지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과 극장 개봉관 앞에 선 나는 십 여편의 영화 중 내가 들어두었던 평가들을 플래쉬 백 하면서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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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영 내키지 않아 하는 남편의 손을 끌고 들어간 곳은 빌리 엘리어트 상영관, 물론 나는 이미 이런 저런 경로로 영화의 반 정도는 알고 들어간다고 자부(?)를 하고, 조금은 손해보는 기분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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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그 영화를 고른 이유는 다른 영화보다 빨리 시작한다는 것과, 그래도 평이 좋았다는 것, 그리고 지난주에 한 방송에 대한 책임감 정도였다. 영화가 시작되고, 첫 장면까지는 내 짐작이 맞는 듯 했지만 곧 영화는 나의 예상을 비켜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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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댄스영화의 일종이겠지, 성장영화라는 나의 어설픈 선입관을 산산히 부순 그 영화는 내게 가족에 관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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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가족이란 무엇인가? 매일 부대끼고 때론 서로를 질타하고, 치고 받고 싸우게 만들지만, 그래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게 만드는 그 무엇… 그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게 정작 눈시울을 붉히도록 만든 장면은 빌리의 피나는 발레 연습 장면이나 오디션장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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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아들을 위해서, 그것도 그가 그토록 말리던 발레를 하는 아들을 위해서,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파업중인 일터로 들어가 버스를 타던 아버지와 절규하는 형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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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그리고, 분명 어머니의 유물인 듯한 패물을 보석상으로 들고 들어가던 아버지의 뒷모습, 오디션 답장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버지와 형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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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해마다 수능 시험장 앞에서, 또는 합격자 발표명단 앞에서 떨고 기도하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와 어찌나 닮아있던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나는 좋은 영화는 세계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비슷한 감동을 준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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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빌리 엘리어트’는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영화이고, 가족의 사랑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감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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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진정으로 반성했다. 접하지 않고도 이미 아는 것처럼 치부한 내 옹졸한 편견을,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놓친 영화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이번 주에도 영화를 한편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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