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이틀 파업하고 끝낼 싸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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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인규 사장 반대투쟁’ 나선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

김인규 새 KBS 사장을 ‘정권의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총파업 투쟁을 예고한 KBS노동조합의 최재훈 부위원장을 인터뷰했다.

김 사장의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최 부위원장은 “(특보 출신 사장 반대 투쟁을 통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을 KBS 사장으로 보내는 것이 오히려 정권에 더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 ⓒPD저널
- 김인규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를 도운 사장이 오면, 그 사람이 잘하든 못하든 앞으로 KBS 사장은 정권에 충성한 사람으로 채워질 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누가 KBS를 공영방송으로 생각하겠는가. 관영, 국영방송으로 생각할 것이다. KBS의 신뢰도와 중립성도 보장 받을 수 없다.”

- 특보출신 사장이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결국 빗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특보가 내려오는 것 자체가 언론장악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언론장악이다. 정권의 성격을 규명하는 여러 잣대가 있지만,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따라서 독재 정권과 민주 정권으로 나뉜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독재 정권의 길을 가고 있다. 언론인은 민주주의 수호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당연히 정권퇴진 투쟁을 벌일 것이다.”

- 김인규 사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사내에 많다고 알려져 있다.
“지지하는 사람이 분명 있지만,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현 정권의 대선특보를 지낸 사람이 KBS 사장으로 올 수 없다는 상식이 앞선다고 생각한다. 일부 조합원들이 김인규 씨에 대한 헛된 희망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KBS에 특보출신 사장이 올 수 없다는 상식이 더 지배적이다. 김인규 씨가 지난해 KBS 사장 후보를 사퇴한 이유는 ‘정권에 누가 될까봐’였다. 그런 사람은 권력에 대한 비판기능을 하는 KBS를 이끌 수 없다.”

- 오는 26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어떻게 예상하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일관되게 투쟁해 온 KBS노조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높은 찬성률로 가결될 것이다. 실제 파업에도 많은 조합원이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혹 투쟁 동력이 약하다 할지라도 ‘낙하산 저지투쟁’은 하루 이틀 파업하고 끝낼 싸움이 아니다. 길고 질긴 투쟁을 벌일 것이다. 단기간의 동력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집행부, 비대위원들의 ‘MB특보는 절대 안 된다’는 신념은 확고하다.”

- 이번 사장 선임국면에서 ‘이병순 사장 연임반대’를 놓고, 노조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있었다.
“노조는 이명박 정권의 성격 상 김인규 후보가 공모에 지원하는 순간 김 후보가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MB특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오직 김인규 후보에 대해서만 총파업을 경고하면서) 여러 오해도 있었지만, 그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조합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고, 공언한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조합원들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 전국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역시 특보출신 사장은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연대 투쟁의 가능성은 없나.
“노조는 이미 밝힌대로, 언론 장악에 맞서는 모든 세력과 연대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KBS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힘차게 싸우느냐에 중요하다. 내부에서 싸우지 않으면 아무리 외부와 연대해도 승산이 없다.”

- KBS노조가 23일 특보에서 밝힌 김인규 사장의 이른바 ‘뉴 KBS플랜’이 논란이다. 김 사장 측과 진위공방도 있었는데.
“특보 내용은 이사회 면접내용과 측근 등을 취재해 작성한 것인데, 이사회 사무국에서는 마치 전부 이사회에서 말한 것인양 호도했다. 노조의 주장은 철저히 팩트(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 특보에 따르면 김인규 사장은 “노조를 밀고 KBS에 들어오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최재훈 부위원장과 사적으로 만나 ‘누가 KBS 사장이 되든지, 누구든 노조가 막더라도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김인규 측이 얘기한 것은 내가 들은 것과 다르다. 한 달 전 쯤 김 씨를 만나 ‘선배가 KBS에 들어오는 것은 노조 입장에서 부담스럽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인규 씨는 ‘내부 지지세력이 많으면 노조가 반대하더라도 밀고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고, ‘노조는 노조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 김인규 사장이 대화 제의를 해온다면?
“대화 가능성은 제로(0)다.”

- 최종 투쟁 목표는 무엇인가.
“김인규 씨가 스스로 KBS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정권퇴진 투쟁을 선언한 만큼 ‘낙하산 저지투쟁’은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KBS 공영방송에 절대 창출의 ‘도우미’ 역할을 한 ‘충견’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정권에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할 것이다. 정권이 앞으로 특보출신 사장에게 임명장을 준다면, 그것은 임명장이 아니고 정권의 몰락을 뜻하는 ‘부고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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