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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최영기 독립PD협회장

지난달 28일 가슴 벅찬 기쁜 소식을 접했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국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경쟁부문(중편) 대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박봉남 독립PD의 〈아이언 크로우즈 (Iron Crows)〉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상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날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국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얻은 〈아이언 크로우즈〉는, 이와 동시에 관객상 투표에서도 최종 3위(중편부문 1위)에 올라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임을 증명하며 해외 배급에도 청신호라고 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아이언 크로우즈〉는 지난 7월 KBS 5부작 다큐멘터리 〈인간의 땅〉 시리즈 가운데 ‘철까마귀의 날들’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으며, 극장용으로 다시 제작되어 이번 암스테르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다.

▲ <아이어 크로우즈>(연출 박봉남 독립PD)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쾌거에 축배를 들면서도 한편으로 아픈 마음을 도닥여야하는 것은 독립PD들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봉남 독립PD 역시 오늘의 영광이 있기 전 까지 많은 아픈 시간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아이언 크로우즈〉는 3년이 넘는 제작기간이 소요됐고, 방송사에서 지원해준 제작비가 부족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 어렵게 프로그램이 완성 된 후에도 방송사의 수장이 바뀌면서 많은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고, 결국 힘들게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과 근성으로 오늘과 같은 쾌거를 만들어 낸 것은 스스로 몸을 태우는 촛불과 같은 정신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가스통 바슐라르라는 프랑스의 철학자는 과학사와 예술, 그리고 철학을 모두 뭉뚱그려 인간의 생각, 그 기원과 성장발전을 탐구한 인물로 유명하다. 가스통 바슐라르에게 특별한 점은 그가 과학적 이성과 예술적 상상력을 하나의 몸으로 이해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저서 〈촛불의 미학〉을 통해, 흔들리며 타오르는 촛불은 인간에게 경계가 분명하지 않는 무한한 몽상적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동시에 그 불꽃이 수직상승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을 밝히면서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한다고 말했다. 묘한 것은 촛불이 자신의 몸을 소멸시켜나가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태어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사조 페닉스가 촛불 속에 있다.

▲ 최영기 독립PD
하나의 촛불이 여럿이 되고 그 여럿이 여럿으로 그치지 않고 목소리를 가진 촛불이 된다면? 그래서 이 거대한 촛불의 행렬 속에 거대한 새 페닉스가 날고 있는 몽상에 젖는다면 그건 가스통 바슐라르의 현학적 주술에 너무 깊이 빠진 탓이기만 할까?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워낭소리〉의 흥행, 그리고 멀리 암스테르담에서 날아온 〈아이언 크로우즈〉의 승전보는 어쩌다 한 번 걸린 운으로만 절대 볼 수 없다. 이 행진은 분명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제 방송사들도 과거와 같이 하청 식으로만 독립PD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저작권을 공유하고 윈-윈 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만들어 서로 상호 보완해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을 이참을 빌어 또 한 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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