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80년대 ‘전두환 찬양’ 보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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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협 리포트·다큐 공개 … “독재정권 부역자가 정치독립? 어불성설”

KBS 기자 출신 김인규 사장의 1980년대 리포트가 공개돼 논란이다. 당시 정치부 기자였던 김 사장은 전두환과 군부독재를 적극적으로 찬양·미화했고, 1982년에는 직접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 5공화국 출범 1년을 높이 평가했다.

KBS 구성원들은 “독재정권을 찬양한 김인규 씨가 정치권력으로부터 KBS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MB특보를 지낸 것도 분명한 결격사유지만, 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부역해 성장한 전형적인 정치엘리트 기자”라고 비판했다.

▲ <특별 입체 기획, 제5공화국 1년> '1부-새 시대 달라진 세계의 눈'(1982년) ⓒKBS기자협회

KBS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은 지난 1일 김 사장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이번 자료는 기협이 앞서 공개한 리포트와 달리 5공화국 출범 1주년을 미화하기 위해 보도국이 기획하고, 김인규 사장이 직접 취재·연출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별 입체 기획, 제5공화국 1년> ‘1부 -새 시대 달라진 세계의 눈’에서 김인규 당시 기자는 ‘12·12 군사쿠데타’로 세워진 전두환 정권 1년을 “우리 국민의 위대성을 재발견한 시기”로 포장했고, 군사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장받기 위한 한미정상회담을 “전두환의 영도력 때문에 극적으로 성사됐다”이고 미화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부역해 성장한 정치엘리트 기자”

KBS기자협회는 “혹자는 ‘그 시대에는 다 그랬다. 김인규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고 하는데, 차이라는 게 있다”며 “김인규는 독재정권에 부역하면서 ‘정치부 차장→정치부 부장-→미국특파원’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이력을 얻어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KBS기협은 지난달 26일부터 3차례에 걸쳐 협회 블로그에 김인규 사장의 1987년 리포트를 공개했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막상 과거 자료를 찾아보니 (김 사장의 리포트는) 상상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권 편향적”이라며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기자가 지금 다시 KBS 사장으로 온다는 게 어이없다”고 말했다.

▲ 1987년 1월 14일 김인규 당시 정치부 기자의 리포트 장면. ⓒKBS기자협회

기협이 공개한 1987년 4월 13일 보도내용을 보면, 김인규 기자는 전두환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호헌 선언’에 대해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 대통령의 ‘결단’을 추켜세웠다.

6·10 민주항쟁 때도 그는 민정당의 노태우 대선후보 지명대회를 보도하며 “(노 후보 지명은) 단임 의지를 거듭 천명해 온 전두환 대통령의 약속이 확인되는 정치적 절차였고,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현실화되는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한 순간”이라고 미화했다.

결국 ‘6월 민주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굴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수용하게 되지만, 김인규 기자는 이를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개인적 결단’으로 왜곡하며 ‘그들만의’ 정권 재창출에 힘을 실었다.

87년 7월 1일 뉴스에서 김 기자는 “노태우 대표가 자신의 건의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에 대해 무어라 감사의 마음을 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대통령의 담화는 대통령의 애국충정과 민주발전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어 감명스러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공영방송론자? 권력과의 관계 근본적으로 잘못 설정”

리포트를 공개한 KBS기자협회는 “김인규 씨는 스스로를 ‘공영방송론자’라고 지칭하지만, 과거 기사를 보면 당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전두환을 미화하고 찬양했다”며 “그 때부터 권력과의 관계설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도 “김인규 씨는 5공화국을 찬양하고 전두환을 미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권 부역방송으로 공영방송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러한 김인규 씨가 취임사를 통해 권력으로부터의 방송 독립을 운운한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며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80년대 해직 기자 출신인 김영호 KBS 이사는 “기자의 양심을 팔고 그들의 주구가 돼 독재정권을 찬양한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그런 사람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내려앉히니 용기 있고 양심적인 KBS 기자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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