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부결’ KBS노조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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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불신임' 집행부 책임론 제기 … “보수적 정서 반영된 것”이란 지적도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의 총파업 투표가 부결된 가운데, 노조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원치 않는 조합원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지만, 김인규 퇴진 운동은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KBS 내부에선 파업투표 부결을 사실상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보는 여론이 많아 파장이 예상된다.

2일 마무리된 총파업 투표에는 재적 인원 4203명 가운데 3553명이 참여해 84.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그중 2025명만 찬성(48.18%)에 표를 던져 파업이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투표에 참여한 1470명은 ‘반대’에 표를 던졌다.

▲ 김인규 퇴진을 위한 KBS노조의 총파업 투표가 재적 인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사진은 2일 저녁 개표 모습. ⓒKBS노동조합

“신뢰잃은 노조 집행부, 최고의 선택은 물러나는 것”

KBS춘천총국의 한 조합원은 3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반대 또는 무효표를 던진) 1500명의 조합원이 언론특보 사장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며 “집행부는 모호한 거취로 이미 조합원의 신뢰를 잃었고, 이번 파업찬반 투표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현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뿐”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경영직군의 한 조합원은 “그동안 노조가 진행한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며 “노조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인 파업 투쟁이 부결됐으니, 집행부가 책임지고 총사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위기보다 구조조정 등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 우선”

총파업 투표 부결은 KBS내부의 보수적인 정서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KBS의 한 중견PD는 “전체적으로 공영방송 사수보다 구조조정 등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노조 지도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싸워서 극복하는 것보다 새 사장에게 붙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의 한 중앙위원도 “김인규 씨가 구조조정 등을 강하게 밀고 나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막연히 불안심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싸울 텐데 그렇지 않으니 타협하는 쪽으로 흐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인규, 이병순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반사이익 작용”

‘이병순 체제’에 대한 염증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있다. 한 PD는 “이병순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피로감이 누적돼있다”며 “김인규 씨가 아무리 나빠도 그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반사이익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파업 부결로 KBS 전체에 대한 불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KBS 청주방송국의 한 조합원은 3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당장 YTN도 막아낸 특보사장을 KBS 구성원들이 받아들였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며 “국민에게는 지난 20여년간 쌓은 신뢰를 잃었고, 정권에는 이제 아무렇게나 KBS를 대해도 된다는 확신을 주게 됐다. 어쩌면 우리의 일터마저 위협받게 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KBS노조는 3일 오후 2시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투표 부결에 따른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며, 이 자리에서 집행부 사퇴 등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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