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언론 민주화 운동의 전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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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언론 민주화 운동의 전면으로
[인터뷰] 현상윤 새언론포럼 신임 회장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2.08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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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중견 언론인 단체 ‘새언론포럼’의 차기 회장에 현상윤 KBS PD가 선출됐다. 새언론포럼은 각 언론사 노조 및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에서 간부로 활동한 전·현직 언론인을 주축으로 지난 1997년 설립된 단체다.

현 PD는 처음 차기 회장 제의를 받고 선뜻 수락하지 못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KBS노조가 전국언론노조를 탈퇴한 후 그는 개인적으로 언론노조 집회에 참석해 KBS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잖아요. 최근 들어 KBS가 언론계 최대의 걸림돌로 인식되는 상황인데 KBS 출신이 언론단체 회장을 맡는다는 데 굉장한 심적 압박이 있었어요. 선뜻 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죠. 하지만 새언론포럼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있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고사 끝에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 현상윤 새언론포럼 신임 회장 ⓒPD저널
현상윤 회장이 새언론포럼과 인연을 맺은 것은 KBS 노조위원장을 지내면서부터다. 현 회장은 1995~1997년 KBS노조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1999~2000년에 KBS노조 위원장, 2002~2004년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1996년 ‘노동법 파업’ 때 방송사 연대파업을 조직했고, 1999년에는 KBS노조위원장으로 ‘방송법 파업’을 주도해 구속과 해고를 당했지만 법정 투쟁 후 복직했다. 새언론포럼 활동은 2001년부터 시작했다.

초창기, 아니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새언론포럼은 전직 노조 간부들의 ‘친목단체’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언론 상황이 악화되면서 언론운동 일선에서 물러선 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부쩍 새언론포럼의 이름으로 집회에 참석하거나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성명을 내는 일이 늘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는 언론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현직 후배들이 역할을 잘 해줘 새언론포럼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자연스럽게 친목모임처럼 활동했죠. 하지만 최근 언론민주화의 희망들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리가 민주 언론의 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고조됐습니다.”

현상윤 회장이 생각하는 새언론포럼의 활동 방향은 “언론의 공공성이 상실 돼가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하는 그는 구체적으로 언론감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 회장은 “언론노조·언론단체 등과 공조해 지속적인 모니터 활동을 하고, 현안 보도에 대한 긴급 토론회 및 기자회견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언론 민주화’에 공감하는 선·후배 언론인 단체들과의 유대도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현상윤 회장은 “동아투위, 80년대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인광장,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과 공동사업을 모색할 것”이라며 “언론 환경이 악화된 만큼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하나의 흐름을 모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언론포럼 차기 회장으로 내년 사업구상에 바쁜 그이지만, 현상윤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KBS의 앞날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마침 그를 인터뷰한 지난 3일은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KBS노조의 총파업이 부결된 다음날이었다.

현 회장은 총파업 부결에 대해 “KBS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권력이 깔아놓은 틀을 과감히 거부하지 못했다는 것에 절망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파업에 찬성한 2000여명의 뜻을 다시 추슬러내야 한다. 그들의 힘을 모아 KBS가 더 이상 훼절되는 상황에 대해 대처해야 한다. 내부에서 이미 그런 움직임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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