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조합원 이탈 ‘불편한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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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성명 … “새 노조 설립 움직임 당장 멈춰라”

KBS 새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지금은 조합을 무력화시키기보다 내부 결속을 다져야할 때”라며 “새 노조 설립 움직임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KBS노조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조합 탈퇴라는 극단적 방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새 노조 설립은 공통의 견제 대상인 김인규 체제만 공고화하는 역작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KBS노동조합이 지난달 24일 김인규 사장에 대한 첫 번째 출근저지투쟁에 앞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 ⓒPD저널
노조는 탈퇴한 조합원들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설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새 노조는 존재의 근간인 단체교섭권과 행동권도 자체적으로 가질 수 없는 식물노조”라며 “언론노조에 개별적으로 재가입하더라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언론노조 집행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어 KBS노조는 “총파업 투표 부결 후 위원장의 단식투쟁을 배수진 삼아 사측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며 “반공영적 행위를 노조 울타리 안에서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공고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사측과 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을 마련 중이며, 이를 토대로 오는 16일 대의원회를 열어 집행부의 재신임을 물을 방침이다.

한편, KBS 기자·PD·아나운서·경영·기술 등 직종을 망라한 KBS 구성원 50명은 10일 공동명의로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글을 올려 새 노조를 설립을 제안하며 “공영방송의 철학과 가치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 기자·PD들은 ‘김인규 퇴진’ 총파업투표 부결 이후 노조 집행부가 사퇴를 거부하자, 지난 7~8일 각각 총회를 열어 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기자․PD들은 탈퇴서를 해당 구역 노조 중앙위원에게 제출하고 있으며, 이번 주까지 500여명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새 노조건립 움직임, 당장 멈춰라!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 조합 탈퇴와 새 노조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KBS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 충정은 이해되지만 조합 탈퇴라는 극단적 방법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KBS 노동조합은 독재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선배들의 일념으로 탄생돼 21년 동안 공영방송의 철학을 구현하는 데 매진해 왔다. 그런 노동조합을 부인하고, 스스로 무너뜨리겠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행보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총파업 찬반 투표 부결로 투쟁력을 상실한 노조 집행부는 총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해 놓고 왜 정작 자신들은 그보다 더 힘없는 노조를 새로 설립하려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새 노조는 존재근간인 단체 교섭권과 행동권도 자체적으로 가질 수 없는 식물노조에 불과하다. 설령 우리가 지난해 조합원 2/3의 총의를 모아 탈퇴한 언론노조에 개별적으로 재가입하더라도 모든 것을 공영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언론노조 집행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결국 새 노조가 명분으로 내세우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조합은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이후 위원장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배수진 삼아 사측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쟁취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뚜렷한 성과가 목전에 다가온 상태이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무디게 하고,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반공영적 행위를 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얼마든지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보다 공고해진 것이다.

지금은 KBS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5천 조합원이 대동단결할 때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외부 컨설팅 회사의 조직진단에 따른 대대적인 조직개편마저 예고돼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 자격을 버리는 방식의 내부 분열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조합을 무력화시키기 보다는 조합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더구나 조합 비대위는 오는 16일 대의원회에서 집행부의 재신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자신들도 위원으로 참석했던 비대위 결정을 따르는 것은 조합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행동양식이다. 그런데 비대위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조직적으로 조합탈퇴와 새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것은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노동조합의 21년 역사를 부정하겠다는 모습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조합 탈퇴와 새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조합원들에게 무한한 동지애로 당부한다. 조합 탈퇴와 새 노조 설립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공통의 견제 대상인 김인규체제만 더욱 공고화하는 역작용이 우려된다. 한마디로 교각살우의 우만 범할 뿐이다. 당장 멈추고 노동조합과 함께 공영방송 사수의 자랑스런 투쟁의 역사를 써나갈 것을 진심으로 제안한다.

2009년 12월 10일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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