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흑자경영 ‘수신료 인상’ 불똥튈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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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670억 예상 … “성과급 지급도 국민 눈치보여”

올 한해 연일 경영성과를 자랑하던 KBS가 연말까지 670억원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수년 만에 이뤄낸 ‘흑자 경영’이지만 KBS는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이번 흑자가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KBS는 재원안정화를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외부에서는 적자의 원인을 ‘방만 경영’으로 꼽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수신료를 올릴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병순 전 사장은 임기 내내 방만 경영 해소에 매진했다. 이를 통해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전 사장은 제작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고, 결국 지난 상반기 3년 만에 첫 흑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퇴임 때까지 흑자경영을 이어갔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KBS
그러나 흑자경영이 수신료 인상의 필요조건만은 아니었다. 한 경영직 직원은 “이병순 전 사장은 지출을 줄여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너무 줄이다보니 결과적으로 의도와 달리 과다한 잉여금이 발생해 회사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500억 이상의 흑자를 내면 성과급(기본급 100%)을 지급하게 돼 있는 노사 합의 이행도 난감한 상황이다. 예산팀 관계자는 “(노조와) 협상 요건은 되지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마당에 흑자가 났다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건 국민정서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측은 임금협상은 효력이 1년이기 때문에 성과급이 날 때마다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다르다. KBS노조는 기본적으로 임금협상 별도협약에 따라 500억원 이상 흑자 발생 시 매번 성과급을 지급해야한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사측과 마찬가지로 수신료 인상 국면이 부담스럽기는 노조도 마찬가지다. KBS노조 관계자는 “내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것처럼 비춰지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조합원들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어렵다. 총파업투표가 부결되고 신뢰를 잃은 노조 입장에선 성과급을 먼저 내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협상에 나선 상태에서 돈 문제로 흥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대의원대회 이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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