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종편’ 호랑이 키워놓고 후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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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종편’ 호랑이 키워놓고 후회할 것”
문방위 ‘미디어렙’ 공방…법안상정 완료, 18일 공청회 예정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12.16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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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월16일자 28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1사 1렙’ 미디어렙 체제의 도입과 함께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에 대해선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 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방통위 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야 의원들이 지지하는 미디어렙 형태 역시 ‘1공영 1민영’과 ‘1사 1렙’으로 나뉘어 있어 하나의 안을 도출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문방위는 지난 11일 한나라당 진성호,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의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상정한 데 이어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이정현, 민주당 전병헌,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의 법안을 상정했다. 진성호·김창수·이용경 의원 법안은 ‘1공영 1민영’, 이정현·전병헌 의원 법안은 ‘1사 1렙’ 도입을 각각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 제출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법안도 ‘1사 1렙’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선교·진성호·이정현 의원은 미디어렙 업무영역을 지상파 방송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전병헌·김창수·이용경 의원은 지상파 방송 외 종편·보도PP 등도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를 판매토록 하고 있다. 때문에 언론·시민단체는 자칫 방통위의 ‘1사 1렙’과 종편 등의 방송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하는 안으로 합의가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 경향신문 12월16일자 28면
최시중 “미디어렙 ‘1사 1렙’이 마땅하다”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시중 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이 계열사 형태의 미디어렙을 소유하는) 1사 1렙 체제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디어렙은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한 규제인 만큼 유료방송인 종합편성 채널 등은 (지상파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경 의원은 “미디어렙이 필요한 건 여론형성 기능이 있는 방송사와 (방송에) 자본을 제공하는 광고주의 직거래를 막아 보도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뉴스를 만드는 종편·보도채널 등 역시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해야 한다. 유료방송이라는 이유로 미디어렙 관련 규제에서 (지상파와 달리) 자유롭다면 왜 유료방송을 의무 편성하는 것이냐”며 규제의 이중 잣대를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종편채널 등을) 의무 편성토록 한 것은 법(개정 방송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최 위원장의 답변에 조영택 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종편에 유리한 건 지키고 불리한 건 배제하는 식 아니냐. 구렁이 담 넘듯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종편 편애 정책을 계속하다가는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이다. 미디어렙 제도를 두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때문인데 지난 7월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에 따라 신문·재벌이 종편 등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종편의 광고판매는 더 엄격히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종편 편애 정책은) 결국 MB정권을 물고 뜯는 거대언론을 탄생시키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길게 보면서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종편 채널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좀 더 하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 출신의 진성호 의원은 “종편·보도채널의 힘이 세지고 경쟁력이 생기면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해야겠지만, 새로 생기는 종편 등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라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유예기간을 두되 초기엔 직접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공 1민’ v.s ‘1사 1렙’ 팽팽히 맞서

진 의원은 그러나 방통위의 ‘1사 1렙’ 미디어렙 체제 도입에는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그는 “‘1사 1렙’ 혹은 ‘1공영 1민영’ 등을 법에 규정하는 건 옳지 않지만, MBC에 유예기간을 둬 3년 동안은 공영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판매를 하도록 하고 그 후 선택을 하는 식으로 (일단) 1공영 1민영 체제를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출신의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도 “방통위는 미디어렙에 참여하는 방송사의 지분이 51%가 되는 건 과다하다고 하면서도 30% 이상은 괜찮다는 입장인데 현실을 보면 모 재벌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30%도 소유하지 않았음에도 ‘○○○회사’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의 지분을 30% 이상 허용하면 사실상 (미디어렙의) 소유를 인정하는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언론의 영역과 밀접하게 관계된 미디어렙과 관련한 방송사의 소유지분을 몇%까지 허용할 게 아니라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당의 허원제 의원은 “2000년 70%에 육박했던 신문의 열독률이 2007년 50%로 떨어졌고 지상파 방송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시청점유율이 39%에서 31.5%로 하락했다. 신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뤘던 매체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디어렙 시스템이 변하면 지상파 방송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은 것 같은데, 이와 같은 구체적·객관적 수치를 보면 지상파도 현재의 미디어 업계에선 이미 패자인 만큼 지나친 규제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 ‘1사 1렙’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허 의원은 SBS 출신이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헌법재판소가 1공영 체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라며 위헌 판결을 내린 만큼 해소하기 위해선 (1공영 1민영의) 제한적 경쟁보단 다자가 경쟁구조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전 의원은 ‘다수 미디어렙’ 체제, 사실상 ‘1사 1렙’에 해당하는 당론 격의 미디어렙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당론 법안은 “1사 1렙은 사실상 방송사의 광고판매부서와 마찬가지”라며 비판했던 그간의 입장과 전혀 다른 것으로 언론·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미디어행동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공영 미디어렙을 포함해 2개의 미디어렙을 도입하고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소유를 금지하되, 교차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던 일관된 입장은 어디로 갔냐”며 “미디어렙 ‘표변’에 대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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