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기자를 위한 김인규 사장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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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복진오 독립PD

새해부터 KBS 뉴스 진행이 바뀐다고 한다. 현 노조의 어정쩡한 입장 덕분에 참 쉽게(?) 임명된 김인규 사장은 앞으로 뉴스에 기자들이 직접 나와 리포팅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대신 메인앵커가 주요 뉴스를 직접 읽어주는 일본의 NHK뉴스를 따라하겠단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이 따라 하려는 NHK뉴스가 KBS뉴스 시스템을 배우려했던 적이 있는데 이를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몇 년 전 NHK TV가 KBS뉴스 시스템을 조사하기 위해 기자도 아닌 독립PD인 필자와 심층 인터뷰을 한 적이 있어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당시 필자는 KBS에서 운영 중인 명예 뉴스VJ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이 KBS 명예 뉴스VJ 시스템은 시청자들은 물론 KBS 기자들도 그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 김인규 사장 ⓒKBS
하지만 어쩌면 한국방송 보도사에 혁신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만한 일이 이 KBS 명예 뉴스VJ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 졌다.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해당 방송국 기자가 아닌 일반 시청자가 직접 뉴스를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도 편집하여 방송에 출연까지 하는 시스템으로, 지상파에서 이 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MBC와 SBS도 이와 유사한 시청자기자 또는 시민기자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들로부터 취재 정보와 사건 사고 중심의 영상자료를 제공 받을 뿐 시청자 기자들이 방송에 나갈 뉴스를 직접 제작 하지는 않는다.

지상파에 방송되는 뉴스를 최초로 시청자가 참여해 만들었으니, 한국은 물론 외국의 사례에서도 극히 이례적이었나 보다. 이 소식을 듣고 일본 NHK가 KBS 명예 뉴스VJ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함께 활동하는 KBS 명예 뉴스VJ 4명이 이들과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 모두 이 제도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당시 명예 뉴스VJ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정도의 선발 기준을 통과하고 2박 3일간 합숙을 하면서 뉴스 제작방법과 명예 뉴스VJ로서의 윤리강령, 취재의 원칙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VJ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NHK 조사자들은 상당히 놀라면서 일본방송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지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부러워했다.

일본 NHK가 배우러 왔던 KBS 명예 뉴스VJ는 학생, 주부, 노인, 회사원, 영상제작자, 독립영화감독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초창기 2년여 동안은 이들이 취재한 뉴스가 방송될 경우에만 교통비와 취재경비 명목으로 몇 십 만원이 지급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마저도 없어져 무급으로 운영됐다. 그럼에도 명예뉴스VJ들은 열심히 뉴스를 만들었다. 애당초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예,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자신이 양심을 걸고 생활현장에서 만든 뉴스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하나만으로 보람을 얻었던 VJ 에게는 시민기자라는 명예가 최고의 보상이었다.

▲ 복진오 독립PD
NHK방송에서는 KBS를 배우고자 했는데 신임 김인규 KBS사장은 NHK를 따라 기자들을 뉴스화면에서 뺀다고 한다. 아마도 KBS기자들의 명예를 지켜주려 하는 것 같다. 김 사장은 현역 기자였던 과거 5공화국 시절 지금은 반란죄 등으로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의 정권과 정책을 찬양했다. 이 기사를 보면 그가 어떤 기자였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지우고 싶은 과거의 흔적을 남긴 사장께서는 앞으로 KBS기자들이 자신과 같은 흠집을 남기지 않게 아예 뉴스에서 기자들을 빼주려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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