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이미지 정치’에 언론 맞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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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미지 정치’에 언론 맞장구
UAE 원전수주 보도 … 비판 없이 ‘세일즈 외교’ 호들갑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2.29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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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KBS <뉴스9>
한국일보 12월 28일자 1면.
12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사업 수주 소식에 언론이 연일 들떠있다. 주요 신문, 방송은 원전 사업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홍보하며, 이를 주도한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의 치밀한 ‘이미지 정치’ 전략에 언론이 호응하면서, UAE 원전 수출의 공은 온전히 이명박 대통령의 몫이 됐다. 관련 보도도 대부분 청와대나 정부 발표에 의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나 견제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12월 26일 MBC <뉴스데스크>
주요 신문과 방송뉴스는 원전사업 유치가 확정되기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지난 26일 기사에서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 외교로 UAE 원전 수주를 돕기 위해 현지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적 협상력의 총체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도 나란히 지면과 전파를 탔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부각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이튿날 원전 사업 유치가 확정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날 회견은 KBS와 MBC 저녁뉴스에 생중계됐다. 타방송사와 비교해 2배 이상의 관련 리포트를 쏟아낸 KBS <뉴스9>는 <정상 외교로 ‘뒤집기’>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고 힘을 실었다.

언론 보도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막판 협상을 통해 최종 유치를 확정지은 것 같지만, 사실 정부는 이미 2주전 UAE로부터 사실상 수주 확정 통보를 받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비보도)를 전제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12월 27일 KBS <뉴스9>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김주만 민실위 간사는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현지에 가서 최종 성사된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보도한 측면이 있다”며 “성과를 차분히 따져보지 않고 이벤트처럼 중계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규모. 언론은 정부 발표를 토대로 수주액이 400억달러 규모로 역대 최고라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4개의 원전 공사비 200억 달러뿐이다.

나머지 200억 달러는 향후 60년 동안 연료공급·폐기물 처리 등 운영지원 명목에 대한 정부 추정치로, 이 부분은 아직 수주가 확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UAE 현지 언론 등 외신들은 계약규모를 200억 달러라고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 기사에서 “한국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중동에 처음으로 원전을 세우는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며 “이번 계약은 초기 4개의 원전이 성공하고, 협정이 확장될 경우 40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12월 28일자 1면.
조승호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UAE 원전 수출의 의미가 큰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적 효과 등이 추정치 등으로 너무 부풀려졌다”며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중계만하는 설익은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성과에만 몰두한 나머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더구나 정부는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을 차세대 수출품목으로 내세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 “원자력은 석유, 석탄과 마찬가지로 고갈될 자원이며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고 고효율 사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KBS기자협회 모니터단의 한 기자는 “원전은 핵폐기물 문제 등 끊임없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도 어긋난다”며 “언론이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담아내야 하는데 그런 지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세명대 교수)는 “언론이 원전 수주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이명박 대통령 띄우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며 “청와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경제적 실익이나 위험성 논란 등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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