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안전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UAE 원전 수주에 대한 우려나 비판은 일종의 금기처럼 보인다. 주요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처음부터 원전의 위험성 논란 등을 지적한 <한겨레>는 한 보수단체로부터 ‘한심한 신문’이라며 뭇매를 맞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 ‘국가적 경사’의 주인공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다. 최종 사업 유치까지 기술성 등 여러 요인인 작용했지만, 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의 외교력을 높이 샀다. 덕분에 이 대통령은 외교전의 최종승자로 ‘금의환향’ 했다.
이 대통령이 UAE로 떠날 때부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언론은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고 돌아온 그에게 연일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덕분인지 원전 수주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어섰다.
KBS 지난 28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40년 만에 원전 수출국이 된 데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있었지만 천운이 따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며 대통령을 띄웠다.
SBS는 같은날 <8뉴스>에서 외신 소식을 전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급 협상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뉴욕 타임즈의 분석과 “한국의 원전 수주는 이 대통령의 집념이 실현된 것”이라는 일본 언론들의 평가를 전했다.
<연합뉴스>는 28일 송고한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 직후 방문한 ‘중소기업인 송년회’의 한 참석자의 말을 빌어 “이명박 대통령이 국운이 있다고 말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이 대통령을 가진 게 국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UAE 방문기간 모하메드 왕세자 등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고, 이 대통령의 덕담에 왕세자가 눈물을 흘린 뒷얘기들을 전하며 이 대통령의 ‘막판 뒤집기’에 힘을 보탰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의 대서특필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8일자 기사 ‘MB, 왕세자 6차례 통화 … 프랑스로 기울던 판세 뒤집었다’에서 UAE 원전 수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청와대의 발언을 전했다.
<동아일보>도 같은날 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 미국 웨스팅하우스 수석부사장과 담판을 벌인 일화를 소개하며 “이번 UAE 원전 수주로 (이 대통령이) 30여년 만에 하청업자의 설움을 씻엇다”고 보도했다.
29일자 <조선일보>는 ‘세계원전 1조달러 시장 열린다’는 제목의 특집면에서 이 대통령이 UAE 원전 수주를 위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6차례에 걸쳐 전화한 내용을 공개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브리핑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다.
연합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UAE 아부다비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 수주사실을 알리고 기자들에게 “언론이 그동안 협조해 준 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언론의 행태를 목도해서 일까, 대통령의 격려가 단순한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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