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협조가 고맙다는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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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협조가 고맙다는 MB
[보도비평] UAE 원전 수주와 언론의 ‘이명박 띄우기’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12.29 22: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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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UAE 원전 수주’ 보도는 대부분 정부 발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추정치로 제시한 400억 달러 규모의 수주액만 부각돼 있지, 실제로 이번 사업이 얼마나 이익을 남길지, 정확한 계약조건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한 보도는 없다.

원전의 안전성 논란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UAE 원전 수주에 대한 우려나 비판은 일종의 금기처럼 보인다. 주요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처음부터 원전의 위험성 논란 등을 지적한 <한겨레>는 한 보수단체로부터 ‘한심한 신문’이라며 뭇매를 맞았다.

▲ 12월 28일 SBS <8뉴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 ‘국가적 경사’의 주인공은 단연 이명박 대통령이다. 최종 사업 유치까지 기술성 등 여러 요인인 작용했지만, 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의 외교력을 높이 샀다. 덕분에 이 대통령은 외교전의 최종승자로 ‘금의환향’ 했다.

이 대통령이 UAE로 떠날 때부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언론은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고 돌아온 그에게 연일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덕분인지 원전 수주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어섰다.

KBS 지난 28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가 40년 만에 원전 수출국이 된 데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있었지만 천운이 따랐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며 대통령을 띄웠다.

SBS는 같은날 <8뉴스>에서 외신 소식을 전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급 협상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뉴욕 타임즈의 분석과 “한국의 원전 수주는 이 대통령의 집념이 실현된 것”이라는 일본 언론들의 평가를 전했다.

▲ <연합뉴스> 12월 28일 인터넷판
<연합뉴스>는 28일 송고한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 직후 방문한 ‘중소기업인 송년회’의 한 참석자의 말을 빌어 “이명박 대통령이 국운이 있다고 말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이 대통령을 가진 게 국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UAE 방문기간 모하메드 왕세자 등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았고, 이 대통령의 덕담에 왕세자가 눈물을 흘린 뒷얘기들을 전하며 이 대통령의 ‘막판 뒤집기’에 힘을 보탰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의 대서특필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8일자 기사 ‘MB, 왕세자 6차례 통화 … 프랑스로 기울던 판세 뒤집었다’에서 UAE 원전 수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청와대의 발언을 전했다.

▲ 중앙일보 12월 28일자 3면.
<동아일보>도 같은날 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 미국 웨스팅하우스 수석부사장과 담판을 벌인 일화를 소개하며 “이번 UAE 원전 수주로 (이 대통령이) 30여년 만에 하청업자의 설움을 씻엇다”고 보도했다.

29일자 <조선일보>는 ‘세계원전 1조달러 시장 열린다’는 제목의 특집면에서 이 대통령이 UAE 원전 수주를 위해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6차례에 걸쳐 전화한 내용을 공개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브리핑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다.

연합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UAE 아부다비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 수주사실을 알리고 기자들에게 “언론이 그동안 협조해 준 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언론의 행태를 목도해서 일까, 대통령의 격려가 단순한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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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2010-01-08 12:00:33
사실 우리 대중들은 똑똑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수의 대형 언론사에 의해 똑똑해지고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대중일 뿐.
언론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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