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언론상황 통폐합 때로 돌아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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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뉴스메이커] 김상근 목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80년 언론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이 전두환 신군부의 정권장악을 위한 음모라는 것을 확인한 가운데, 당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김상근 목사는 “현 정부 들어 언론 상황이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 김상근 목사 ⓒ네이버 인물정보
김 목사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론통폐합 이후 30년이 흘렀는데, 지금 언론 상황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어떻게 역사가 거꾸로 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현정 앵커가 “거꾸로라는 말씀은 과하신 것이 아니냐”고 묻자 김상근 목사는 “과한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하고 있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언론장악”이라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지금은 보안사가 나선다든지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국민들은 ‘KBS MBC가 왜 달라졌어? 완전히 지난 시절하고 다르네’라고 피부로 느낀다”며 “이것은 (정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여러 작업을 한 것이다. 낙하산 인사니 뭐니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앞서 김상근 목사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은 대단히 큰일이지만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는 것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강제 해직된 기자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등이 포함되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근 목사 인터뷰 전문
1980년, 신군부가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서 언론사를 강제로 통폐합하거나 언론인을 해직시켜버립니다. 이른바 언론통폐합 사건인데요. 64개 언론사를 18개로 줄였는데, 그 대상은 신군부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사들이죠. 특히 ‘신군부에 반대성향을 가졌기 때문이다’라고 분명히 명시가 된 언론사는 CBS가 유일했습니다. 어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과거 신군부의 음모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당시의 생생한 증인 한 분을 모셔보겠습니다. 김상근 목사 연결해보죠.

◇ 김현정 앵커> 진실이 공식 인정받기까지 30년이 걸렸네요. 발표를 본 소감이 어떠셨습니까?

◆ 김상근> 성경말씀에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런 말씀이 있어요. 우리가 어둠이 몰아쳐온다든지 어둠속에 있게 되는 경우에는 어둠이 결국 승리하고 어두운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국은 빛을 이기는 법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모든 것은 ‘사필귀정’이 되기 마련이에요. 지금 30년이 지나서 꽤 긴 시간이 흘렸습니다만, 이 긴 시간을 돌아 돌아 결국은 뭐가 진실이냐, 뭐가 잘못된 것이냐 하는 것이 밝혀지는 교훈을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당시에 언론사들 통합되고, 언론인들 해직되고 하는 것 보시면서... 목사님께서는 그 당시 민주화 운동 하신 분이시잖아요. 어떤 심경이셨어요?

◆ 김상근> 그게 1980년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79년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살해가 되고 소위 신군부가 등장을 했죠. 그 신군부가 등장하는 과정도 쿠데타적이었지만 대단히 폭력적이고, 위압적이고, 살인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광주 민주화운동 얘기를 합니다만, 사실 그건 이 땅에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리 국군이 들어가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또 거기에 저항해서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자유를 외치고 정의를 외친 이런 큰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폭력으로 진압을 해버렸어요.

그 광주 진압의 연장선상의 사회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불안하고요. 굉장히 무섭고요. 누구도 그 세력에 대해서 입을 열 수 없는, 그런 무서운, 엄혹한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이 일이 이루어졌던 겁니다. 소위 언론통폐합이라는 사건이 이루어졌던 거죠. 그러니까 우리 민주화운동을 하던 세력들도 위축을 당해있었고,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어디서 술 한 잔 먹으면서 분노를 터뜨리는 말을 입 뻥끗만 해도 어디 삼청교육대로 끌려간다든지, 가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든지 하는, 이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 김현정 앵커> 언론인들이 당시 통폐합당하고, 해직당하고 하는 그 과정에서 기억나는 언론인이나 어떤 장면 같은 게 있으세요?

◆ 김상근> 장면은 기억이 나지만, 사람 이름 같은 건 잘 기억이 안나요. (웃음) 워낙 오래됐죠. 쫓겨나서 삼삼오오 모이고, 앞에 가서 무언의 시위를 하고, 그리고 자기들끼리 대책을 세우고 그런 장면들은 지금은 생생하고요. 대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울분을 토로하고, 절망을 서로 확인하고 하는 그런 분위기였죠. 그 상황에서 어떤 대책 같은 것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CBS는 그 당시에 기자들이 해직을 당했다기보다는 소위 언론 취재를 하는,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모두가 다 KBS로 쫓겨놨죠.

◇ 김현정 앵커> 보도기능을 잃었으니까요.

◆ 김상근> 네, 보도기능을 잃어서 쫓겨났어요. CBS 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어요. 그야말로 초상집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한다, 뭐를 방송제작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고요. 완전히 초상집이었습니다.

◇ 김현정 앵커> 왜 안 그랬겠습니까? 당시 마지막 울면서 고별방송 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는 청취자분들도...

◆ 김상근> 저도 기억나요.

◇ 김현정 앵커> "마지막 방송입니다, 하면서 울먹이던 그것이 기억난다" 이런 문자들 들어오고요. 해직자의 아내도 문자주셨어요. "그동안 얼마나 피 흘리면서 살았는지 모른다" 이런 청취자도 계십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관련자에게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권고를 했는데, 이정도면 만족할만한가요?

◆ 김상근> 대단히 큰일을 했다고는 인정을 합니다만, 적절한 조치라는 걸 이 정부에 폭을 넓게 줬어요.

◇ 김현정 앵커> 애매한 문구다, 이런 말씀?

◆ 김상근> 네, 대단히 폭을 넓게 줬습니다. 뭐가 적절한 조치인지 좀 더 예시를 했다면, 이러 이러한 조치를 포함해서 적절한 조치를 해라, 이렇게 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겠나.

◇ 김현정 앵커> 이러 이러한 조치라면 어떤 조치가 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 김상근>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 권력이 받아들이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받아야 됩니다. ‘정말 그랬었구나, 그래선 안 되는 거구나, 지금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고 하면 용납돼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게 있어야 되고요. 사회 전체의 문제, 국가의 문제입니다만, 그때 피해를 받은 개인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비참해요. 대부분 젊은 아이들이 국민학교 다니든지 혹은 중학교 다니든지 하는 사람들의 가장들이었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아버지가 직장 안 나간다든지 어머니가 직장에 안 나간다든지 그 이후에 오는 경제적인 피해, 또 그분들이 대부분 취직은 못했습니다. 그것도 방해받고, 또 취직자리가 나온다하면, 말하자면 변절을 강요하는 그런 취직자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다시는 무슨 정의니 옳음이니 이런 것을 얘기할 수 없게 하는, 말하자면 반대되는 자리에 갖다놓는다든지, 이런 일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취직자리가 난다해도 갈 수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 10년, 20년을 살아간 겁니다. 그동안에 받은 가족들의 피해, 아이들의 절망, 이런 것이 뭔가 보상이 돼야 된다 말입니다.

◇ 김현정 앵커> 좀 경제적인 보상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김상근> 네, 물론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 것이 좀 예시가 됐더라면 좋을 뻔 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앵커> 통폐합 이후에 30년이 흘렀는데요. 지금의 언론 상황은 권력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졌습니까, 좀 나아졌습니까?

◆ 김상근> 저는 지난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권력은 언론에 대해서 민주적으로 대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10년 동안에 우리 언론 신장이 상당히 됐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온 이후에는 이게 어떻게 역사가 거꾸로 갈 수 있나,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습니다.

◇ 김현정 앵커> 거꾸로... 너무 과하신 말씀은 아니시고요?

◆ 김상근> 과한 얘기 아니에요. 보세요. 국군보안사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기구가 나가서 언론통폐합을 주도했지 않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 형태는 지금 보이지 않아요. 보안사가 나선다든지 어디가 나선다든지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하고 있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언론장악입니다. 실제 지금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죠. ‘MBC가 왜 달라졌어? KBS가 왜 달라졌어? 완전히 지난 시절하고 다르네’ 국민들이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여러 작업을 한 거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습니다만, 낙하산 인사니 뭐니 해서 다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들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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