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기름유출’ 뉴스가 사라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언론 대부분 침묵 … KBS·MBC·SBS 방송뉴스 전무

서해안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2년전 태안 앞바다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남 서산시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공장 앞바다에서 5900 리터의 벙커C유가 유출됐다.

하지만 의외로 이 사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몇몇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 뉴스는 한결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사고 당일 <연합뉴스>는 “800리터 가량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해경은 해상에 떠있는 기름을 모두 수거했고, 이번 사고로 어민들이나 양식장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은 잠잠했다.

▲ 한겨레 1월 4일자 12면.
하지만 유출된 기름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오일뱅크와 유조선이 사건을 은폐하려다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한겨레>는 사건 발생 2주 만인 지난 4일 사회면 톱기사로 기름유출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

<내일신문>은 6일자 지방자치면 톱기사에서 “현대오일뱅크와 유조선 측이 사고사실을 숨기려다 피해규모가 커지자 어쩔 수없이 관계당국에 사실을 통보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안해안경찰청의 7일 발표에 따르면 유출된 기름이 당초 추산양의 6배가 넘는 5900리터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했고, 현대오일뱅크와 유조선의 과실도 드러났지만 이날 KBS, MBC, SBS 등 방송뉴스에 이 소식은 보도되지 않았다.

▲ 경향신문 1월 8일자 12면.
이튿날 주요 전국일간지 가운데 서해안 기름유출을 보도한 신문도 손에 꼽혔다. <경향신문>은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충청 지역면에 이 소식을 전했다. 서해안에 기름이 유출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언론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07년 발생한 태안기름유출사고 당시 원유의 소유주였다. 현대오일뱅크는 2년 만에 관리·감독 등 안전수칙 준수를 소홀히 해 또다시 기름유출사건을 자초했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방제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론의 외면 속에 서산 기름유출사고는 묻히고 있다.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특정 세력의 ‘언론플레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언론은 왜 이번 사고에 침묵할까. 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