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역 취재는 엘리제궁 허가 받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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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지역 취재는 엘리제궁 허가 받아야하나
[글로벌] 이지용 프랑스 통신원
  • 프랑스=이지용 통신원
  • 승인 2010.01.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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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취재를 하던 프랑스 공영방송 3번 채널(F3)의 기자 두 명이 탈레반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F3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증거자료(PIECE A CONVICTION)> 제작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취재 중이던 이들은 카불에서 120Km 떨어진 카피사(KAPISA) 지방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중인 대부분의 프랑스 군이 주둔중이지만 연합군이 통제를 하지 못하는 위험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취재를 하는 취재진들은 항상 신변의 위험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부상을 당하고, 때로는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프랑스 기자들의 납치 사건도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의 직업적 사명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위험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은 프랑스에서 위험지역 취재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있다. F3 기자들의 납치사건이 알려진 후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기자들의 행동은 의식 없는 짓이며, 이들을 찾기 위해 프랑스 군인들이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보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번에 납치된 F3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프랑스군에 관한 취재를 마치고 연합군에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탈레반의 반응을 취재하기위해 그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이던 프랑스군이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10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 이후 프랑스군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에 대한 여론의 강력한 반발 여론이 일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으로 단 한명의 프랑스 군인도 아프가니스탄에 보내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때문에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의 기자납치 사건 때문에 여론에서 잊혀져가던 아프가니스탄 파병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참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전투병력 대신 군사고문관을 파견해 국내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려던 계획이 빗나가게 된 것에 대한 화풀이라는 시각도 있다.

납치된 F3 기자들에 대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비판이 알려지자 프랑스 언론들은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위험한 지역에 가지 말라고 하니 우리는 안 보내고 있다”는  매체들은 이번 기자납치 사건도 조용한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평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프랑스의 참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던 언론들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고 일방화 되어있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소위 위험 지역이라는 곳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소한의 사실이라도 취재·보도해야 하는 것이 저널리스트들의 책임이라고 맞선다. 이들은 이러한 책임의식이 언론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에 위험지역 취재허가서를 엘리제궁(대통령궁전)에서 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수차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한 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안 니바’는 이번 논쟁에 대해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프랑스=이지용 통신원/ KBNe 프랑스 대표
“정부가 자국민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위험지역에 대한 출입을 자제 또는 금지시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저널리스트가 무엇을 취재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것을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며 취재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 의식 없는 행동과 필요 없는 위험 감수라는 식으로 그들의 행동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전쟁지역 취재를 떠나는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이 어떤 위험에 놓이게 될지에 관한 충분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들이 그곳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취재해야할 진실과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을 취재하러 가는데 프랑스군의 호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필요 없는 위험감수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국방부 공보실이 아무리 열심히 브리핑을 한다 해도 그들이 저널리스트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자납치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위험지역 취재 논쟁은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않는다. 국제사회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위해 추가파병을 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계획에 비추어 볼 때 우리도 언젠가 우리도 이러한 논쟁을 겪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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