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방문진 이사장 ‘독주’인가, 정권 ‘외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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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임원선임 의혹 증폭 …노조 “정치적 배후 밝혀라”

MBC 임원선임이 또 다시 무산됐다. 이번 임원선임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MBC 사장이 거의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무산됐다. 노조는 김 이사장의 정치적 배후를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 합의안, 왜 이사회 하루 전 뒤집었나? = MBC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 김 이사장과 엄 사장은 보도·제작·편성본부장 등 3명의 이사선임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날 엄 사장은 3명의 후보 이사를 모처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후임국장과 관련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 역시 해당 보궐이사 후보에게 사전 통보까지 마치고, 임시이사회 및 주주총회 일정도 지난 11일로 확정해 통보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 10일 오전. 김 이사장이 보도본부장 후보로 거론된 K씨와 통화를 한 이후 임원안이 무산됐다. 노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당신(K씨)으로 인해 임원안이 무산될 수 있다”며 해당 후보에게 사실상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후보로 거론된 분이 ‘임기도 짧은 시기에 얼마나 경영을 하겠냐’며 고사표명을 한 것”이라면서 “다시 이사회를 열어 임원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씨 역시 “현재 프로그램을 맡고 있고, 주주총회가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퇴압력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엄 사장이 K씨를 포함한 임원 후보들과 함께 후임 국장 등을 포함해 MBC 경영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MBC 안팎의 지적이다.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MBC노조

■ 정권 ‘외압’ 실체로 나타나나 = 노조는 김 이사장이 K씨 인선안이 파기된 후 엄 사장에게 보도본부장에 다시 H씨를 선임할 것을 요구한 것을 정권의 외압 사례로 들고 있다. 앞서 김 이사장은 H씨를 보도본부장 후보에 계속 천거했지만 엄 사장이 C씨를 제안,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자 결국 제3의 인물인 K씨로 의견을 조율했으나, 김 이사장은 돌연 이를 번복, 처음에 고수한 H씨로 돌아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김우룡의 입장 돌변 배후에는 정권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기 위해 당신의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누가 누구를 왜 들이 밀고 있는지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 임원인선 위해 ‘PD수첩’을 제물로? = 이번 임원 인선과정 가운데 불거진 또 다른 문제점은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 임원선임의 선결조건으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뉴MBC 플랜’의 적극 추진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을 엄 사장이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임원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엄 사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후, 통상 사장의 임원 인선은 인사권 존중차원에서 통과해왔으나, 유례없이 조건을 제시하며 인사권을 협상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방문진 스스로가 엄 사장을 재신임한 마당에 보궐이사 인선의 재량권을 엄 사장에게 부여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이사인 정상모 이사 역시 “김우룡 이사장과 일부 여당 이사들은 친정체제를 구축해 MBC를 황폐화시키려는 의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우룡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들에게 오는 15일 간담회를 요청한 상태이다. MBC 임원진 선임은 이날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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