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아바타’를 의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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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 영화 <아바타> ⓒ폭스코리아
영화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자못 뜨겁다. 3D라는 기술의 혁신과 더불어 이를 현실의 정보를 덧입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이룩해냈다는 점에서 관객과 평론가 집단 모두로부터 공히 인정받고 있다. 10년 전 워쇼스키가 구현해낸 <매트릭스>가 기계에 접속해 가상자아를 구축했다면, <아바타>는 물리 작용이 가능한 실체를 구현했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대중은 미디어에 의해 소비된 영화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중적 첫 장편영화라고 할 수 있는 <아바타>가 1000만 관객이라는 숫자를 기록할 수 있는 것도 대중들에게 새로운 3D 효과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구와 멀리 떨어진 행성 판도라를 통해 제국주의, 탐욕, 환경파괴, 기업의 무책임 등 많은 메시지를 형성했다는 LA타임즈의 평가 역시 <아바타>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조금만 걷어내고 보면 <아바타>가 평면적 서사와 신파적 스토리가 관통하는 줄기라는 게 보인다. 3D 테크놀로지에 대한 집단적 찬사와 증강현실의 구현이 이를 덮어버린 느낌이다. <아바타>에 대한 비평담론이 제대로 구축하기도 전에 단단한 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내용적 논박보다 3D 기술 구현에 대해서만 짧게 논평하려 한다.

주말에 디지털3D로 <아바타>를 관람했다. 아이맥스로 구현된 것보다 스크린의 폭이 상당히 좁게 느껴졌다. 이유는 자명했다. 원근을 나타내는 스크린 속 개체들은 스크린과 관객 사이의 공간 속에서 생각보다 좁은 폭에서 구현됐고, 이는 증강현실 속에 ‘풍덩’ 빠지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2D와 3D가 혼재된 공간 속에 개체가 손에 잡힐 듯한 체험보다는 평면적 공간에 약간의 입체가 보태진 2.5D 정도의 느낌이었다. 이내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3D 보다 한 단계 진화한 4D의 경우는 어떨까. 4D는 3D의 입체영상에 더해 의자의 진동, 바람, 천둥, 향기 등 촉각적 감각이 더해지는 증강현실의 실체가 더욱 뚜렷해진다. 관객들은 화면에서 물을 뿌리면 실제로 물을 맞기도 하고, 땅이 흔들리면 특수설계 의자가 같이 흔들리고, 바람을 뿜으면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내 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인양, 내가 겪고 있는 상황으로 착각 할 만큼 현실감을 느낀다.

▲ 3DTV 시연장면. 3DTV가 틈새상품(niche product)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취를 뛰어 넘어 증강현실을 제대로 구현해 낼 콘텐츠의 성취를 이뤄내야 한다. ⓒKCTA
공룡세계엑스포가 열린 경남 고성의 당항포 관광단지에서 15분가량의 4D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시작 3분 만에 오금이 저릴 정도로 4D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래픽은 조악한 편이었으나, 스크린 속 공룡이 바로 코앞까지 나타나는 정도의 체험을 하게 했다. 이는 스크린이 관객을 확실히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촉감적 경험이 화면을 압도해버렸다면, 경험적 감동이 떨어졌을 것이다. 와이드 스크린의 구현이 증강현실을 온전하게 구현하는데 필요충분조건임을 <아바타>와 비교하면서 깨달은 바다.

이런 이유로 3D가 TV로 옮겨올 때는 제한적 요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TV 스크린은 영화에 비해 그 폭이 현저하게 좁다. 50인치 TV라 하더라도 이것이 2~3m 떨어진 시청자가 볼 때는 구현되는 폭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3D영상이 사용자를 에워싸는 듯한(immersive) 구조와 롤플레잉의 경험을 선사하더라도 틈새상품(niche product)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영국 Inform ITV의 전망까지 상기해 보면,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가전사를 앞세운 우리나라의 언론들이 기술적 성취에만 축포를 터뜨리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3D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MBC는 다큐 <아마존의 눈물> 극장 개봉을 앞두고 2D를 3D 버전으로 변환시켜 시사 중에 있고, SBS는 <인기가요> 한 부분을 3D로 구현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KBS가 3D 시험방송을 구현하며 안방극장의 증강현실 구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TV 시청행태가 3D 전용안경을 벗고 써야 하는 새로운 시청행태로 전환될 수 있을까. 소비자가 거금을 지불하면서까지 3D TV에 적극적 구매의사를 보일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3D 콘텐츠는 기술적 발명의 놀라움을 뛰어넘어 유희적 콘텐츠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SD에서 HD로, HD에서 3D의 전환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바타>를 의심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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