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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 ‘PD수첩’ 선고공판 앞서 농식품부 협찬 받아

지난해 말 KBS가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의 협찬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당사자인데다 당시 사건공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여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 방송을 다짐하며 수신료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KBS가 정부 예산으로 수입육 판매상이나 외국육류협회에서 해야 할 판촉광고를 대신해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KBS는 지난해 12월26일 〈과학카페〉를 통해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과 맛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농식품부의 협찬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9분30초 분량의 이 프로그램은 수입 쇠고기 검역 과정과 레스토랑에서 외국산 쇠고기를 즐기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수입 쇠고기는 철저한 검역 과정을 거친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된다”는 정부 논리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농식품부가 KBS 외주제작업체에 ‘수입 쇠고기의 철저한 검역 과정을 다뤄달라’고 먼저 요청해 제작이 이뤄졌으며,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에 징역 2~3년형을 구형한 지 5일 뒤 방영됐다. 농식품부의 홍보담당자는 “KBS 외주프로덕션에 (정부가) 수입 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히 검역하는지를 다뤄달라고 했을 뿐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은 제작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입업자 홍보 나선 ‘관제방송 KBS’
‘공영방송 망각’ 비난에 “외주사의 실수”… 방통심의위는 침묵

〈경향신문〉은 “KBS가 농림수산식품부의 협찬으로 수입쇠고기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광고성 프로그램을 편성한 사실은 공영방송으로서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KBS가 친(親)정부 논리라면 쇠고기 수입업자의 이익도 대변할 수 있는 ‘관제방송’으로 전락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사건의 한 당사자인 농식품부의 협찬을 받아 수입쇠고기의 철저한 검역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만을 만들었다는 점은 의혹을 낳기 충분하다.

KBS는 지난달 26일 〈과학카페〉를 통해 수입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식품의 과학, 쇠고기 검역’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쇠고기에 대한 홍보가 주를 이뤘다.

프로그램은 “철저한 검역과정을 거친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마장동 농축산물시장에서 수입쇠고기가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이어 미국,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등 수출국가별 자체검역과정, 부산항 도착, 경기 광주의 냉동창고 검역과정,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 1월 27일 경향신문 28면
검역장면 내내 “신선도 검사, 절단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입된 이물질은 1㎜ 이상이면 검출 가능” 등 철저한 검역과정이 되풀이 강조됐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됐던 뼈와 내장이 2008년부터 수입이 허용되고 미국과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전수검사를 할 수 없는 검역의 한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KBS와 농식품부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던 외주 제작업체의 제작실수로 책임을 돌리며 ‘의도성’을 부인하고 있다. 농식품부 홍보담당자는 “수입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히 검역하는지 보여달라고 했을 뿐인데 재미를 주려고 하다보니 실수가 빚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로서는 수입쇠고기를 홍보할 의도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외주업체 대표는 “KBS나 농식품부로부터 사전에 ‘오더(주문)’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작가와 PD가 사안의 민감성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입쇠고기 업자들을 위한 광고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는 KBS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방영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위험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심의착수 보름 만에 ‘공정성’과 ‘객관성’에 위배된 보도라며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릴 당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MBC와 동일한 ‘공정성’과 ‘균형’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수입쇠고기 안전성에 대해 한쪽에만 유리한 사실과 인터뷰를 진행한 KBS 쇠고기 검역 프로그램은 당연히 징계대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PD수첩 “빈슨 어머니, 인간광우병 언급”
농식품부 “수용할 수 없다”

 
MBC 〈PD수첩〉이 26일 ‘형사소송 1심, PD수첩 무죄’ 편을 통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새로운 자료라며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추가 인터뷰 등을 공개했다. ‘PD수첩’ 제작진은 2008년 4월 29일 이후 일련의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 왜곡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PD수첩은 26일 방송에서 “논란이 불거진 3개월 뒤에 이뤄진 추가 인터뷰에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내가 말한 모든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는 vCJD(인간광우병)를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PD수첩은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자막에 대해 감수 전과 후, 실제 방송 내용을 보여주면서 “서로 차이가 없었으며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번역 오류에 대해 “2008년 7월 15일 ‘PD수첩 왜곡논란, 그 진실을 말한다’ 편에서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오류 사례를 시인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방송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유재산도 아닌 전파를 통해 일방적 주장을 방송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방송 내용도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 1월 27일 조선일보 4면
농림수산식품부 측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된 보도 내용이 2008년 4월 29일 첫 방송 기준 시점에서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증거를 가지고 사실을 재단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도 이날 프로그램은 2008년 MBC 스스로 ‘광우병’편에 대해 ‘사과방송’한 것과 배치되고, 지난해 서울고법이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주요 내용에 대해 ‘허위 보도’라고 한 판결과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정 총리, 이번엔 방송 재녹화 소동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정운찬 국무총리가 충북지역 방송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를 취소하고 다시 녹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정 총리는 지난 23일 청주 MBC에서 열린 〈충북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충북지역 발전을 위한 후속 대책이 있느냐”는 토론자의 질문을 받고 “특별히 충북을 위한 새로운 발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정 총리의 발언이 충북지역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판단한 총리실 관계자가 해당 부분만 다시 녹화하자고 토론자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사회자와 토론자 5명 전원은 “총리가 공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니 수정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런데도 국무총리실에서 강력하게 재녹화를 요구하자 ‘충북 언론인클럽’은 사회자와 다른 토론자는 모두 빠지고, 해당 질문자와 정 총리만 남은 상태에서 답변을 수정해 재녹화하는 데 합의했다. 정 총리는 재녹화에서 “충북을 위한 새로운 발전 계획은 없다”는 발언을 “세종시 수정안은 큰 틀로 보면 되고, 국회 통과 후 구체적으로 추진되면 충북 발전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바꾸었다.

▲ 1월 27일 한겨레 2면
생방송이 아니었던 토론회는 23일 오후 10시 청주MBC, 청주KBS, 청주방송을 통해 수정된 내용이 방송됐다.

앞서 국무총리실은 지난 11일 방송된 대전 지상파 방송 3사의 〈세종시 발전방안 대토론회〉 시작 전에 사회자의 시작 발언과 질문, 종료 발언 등을 담은 일종의 ‘사전 시나리오’를 방송사 쪽에 제시해 여론조작 논란을 빚은 전력이 있다.

국무총리실 김창영 공보실장은 26일 “총리가 당시 패널의 질문을 발전 방안의 발표 계획에 대해 묻는 것으로 이해해서, 이후에 (발표할)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면서 “그 답변만 떼어놓고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다시 녹화했다”고 말했다.

“방송평가규칙 강화는 정부 방송장악 포고령”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평가에서 방송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감점폭과 기준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평가규칙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언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 재허가 심사의 핵심요소인 방송평가규칙을 강화할 경우 결국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정부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6일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PD연합회 등 언론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정치심의를 통한 방송장악 선언”이라며 “ ‘방송장악 포고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최근 〈PD수첩〉 무죄 판결에서 보듯 법으로도 안 되니 이제는 방통위가 직접 규칙을 바꿔서 방송사들을 손아귀에 쥐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YTN 해직기자 출신인 한국기자협회 우장균 협회장도 “YTN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때 방통위가 YTN의 재허가를 빌미로 상당한 협박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며 “이번에 방송평가규칙 개정이 방통위 뜻대로 강화되면 앞으로는 방송사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송평가규칙이란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이 되는 핵심평가 요소 중의 하나로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방송법령과 심의규정 위반시의 감점폭 확대다.

▲ 1월 27일 경향신문 28면
개정안에 따르면 감점폭은 기존 130점에서 최대 600점으로 확대, 방통위 제재에 따른 감점 반영 기준은 총점(900점) 대비 67%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심의기관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결국 재허가를 위해서는 정부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돼 비판·감시기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또 ‘주의’ 이상의 행정조치를 취할 경우만 감점이 가능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단순 ‘권고’와 ‘의견제시’만으로도 감점이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체시간대비 60% 이하인 오락편성 비율을 주편성시간대비(평일 오후 7~11시, 주말 오후 6~11시) 50% 이하로 제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장르 편성에 대한 제한이 없는 종편채널의 출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오락 편성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종편을 위한 지상파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원회는 지난 14일 1차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위원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언론계에서는 제2차 회의가 서면으로 대체된 만큼 29일 3차 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 하반기로 미뤄지나

4월 임시국회 처리설이 강하게 제기되던 KBS의 수신료 인상이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하반기로 늦춰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여론 고조와 6월 지방선거, 세종시 갈등에 따른 여권 분열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27일로 예정됐던 수신료 인상 관련 보고를 일단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 고영신 대변인은 26일 “관련 보고가 이사회 공식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면서 “다만 수신료 인상에 따른 반대여론이나 지방선거 같은 정치적 여건 등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도 “김인규 사장이 아직 준비가 안 돼 보고를 다음으로 미루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연초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돌출발언으로 반대여론이 높아져서 아마 호흡조절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위원장은 연초 기자들과의 신년 하례회에서 “수신료는 5000~6000원 수준이 상식적” “수신료가 인상되면 연간 7000억~8000억원 규모의 광고가 민간 시장(종편채널)으로 이전될 것”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KBS의 한 중견 간부는 “처음에는 우리도 조기에 공론화시켜서 상반기 인상을 추진해볼 생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지붕킥’ 김병욱 PD “웃다가 울리는, 제가 좀 염세주의적이죠”

▲ 1월 27일 경향신문 24면
TV 보면서 이렇게 웃다 울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극중에서 사용된 단어 하나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열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첨예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는 사례 역시 좀처럼 찾기 어렵다.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얘기다. 비정규직 문제, 학력·학벌 격차, 식모살이 등 희비극이 얽힌 우리 현실과 비루한 일상을 압축해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풀어놓는 이 25분짜리 시트콤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붕킥 신드롬’의 중심에는 연출자 김병욱 PD(50)가 있다. 〈경향〉은 “‘김병욱표’라는 말이 따라붙을 만큼 그의 이름은 자체가 ‘브랜드’요, ‘장르’”라며 “지난해 8월 방송이 시작된 뒤 그는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한 편 볼 틈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바쁘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 PD는 ‘빵꾸똥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의 권고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줄인 건 아니”라며 “〈지붕킥〉이 등장인물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해리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빵꾸똥꾸 사용도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찰리 채플린이 땅에 떨어진 붉은 깃발을 주워 흔들었다는 이유로 시위 주모자로 오인받던 장면이 생각났다”면서 “사실 빵꾸똥꾸 이 말은 제가 어릴 때 동생에게 장난삼아 많이 썼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은데 대해 그는 “코미디를 기대하시던 분들에게 실망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는 “원래 코미디나 예능을 하는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남을 잘 웃기던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전 만화나 코미디를 열심히 보는 대신 비극에 소질이 있었다. 제가 써놓은 글을 보고 친구들이 울기도 했거든요”라고 남다른 매력을 전했다.

“50회 정도까지는 진짜 많은 공을 들였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후에는 시간에 쫓겨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잠 한숨 안 자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스케줄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방송이 나간 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걸려오는 전화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그렇지만 〈지붕킥〉은 어떤 작품보다 애착이 많이 가요. 〈순풍산부인과〉에 제 비관적인 세계관이 50% 정도 들어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80% 정도 들어가 있지요.”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하는 작가형 감독인 김 PD는 “많게는 80%까지 (대본을) 고치다보니 대본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대본 회의부터 최종고 쓰기, 콘티 작성, 연출까지 쫓기다 보니 줄일 수 있는 건 자는 시간밖에 없다”고 힘듦을 토로했다. 〈순풍산부인과〉 할 때 2년 반을 이런 식으로 하다, 결국 김 PD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면서 프로그램이 종영됐다.

청소년 파고든 음란 ‘뮤비(뮤직 비디오)’

〈조선일보〉는 가요계에 상식을 넘어서는 선정성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요인은 2년여 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는 소녀 그룹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작자들은 성적 이미지로 가득한 선정적 뮤직비디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노출 수위가 높은 선정적 뮤직비디오는 지상파 TV로는 방영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케이블 TV나 휴대전화, mp4 플레이어, PMP 등을 통해 수시로 시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뮤직 비디오의 평균 제작비는 1000만~2000만원선. 7~8년 전만 해도 수억원의 돈을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 뮤직 비디오가 많이 제작됐지만 가요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투자가 급감했다. 투자비가 줄어드니 '저예산 에로 영화'의 공식을 걷게 된 것이다.

뮤직 비디오는 노래를 홍보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다운로드’ 받는 경우는 없다. 신곡 발표와 함께 무차별적으로 인터넷과 전파를 통해 뿌린 뒤, 자극적 장면이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돼 ‘○○ 키쓰신’, ‘○○ 베드신’ 같은 제목으로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라도 오르면 기획사 입장에서는 '대박'으로 통한다.

▲ 1월 27일 조선일보 8면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한 간부는 “몇년 전 요즘 같은 수위의 뮤직 비디오가 방송에 나갔으면 시청자들이 난리를 쳤을 것”이라며 “너무 선정적이라서 기획사측에 뮤직비디오 재편집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감독 서현승씨는 “소녀 그룹들이 음악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선정적인 비주얼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에는 시청 등급도 없고 아무런 제한도 없으니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선정적인 콘텐츠의 일상적 확산이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자극해 충동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 정신과 교수 연구팀이 2008년 성폭력 가해자 청소년 155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동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여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40%의 응답자가 “인터넷과 TV를 볼 때 성충동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23%의 응답자는 자신의 성폭력 발생 주요인으로 ‘선정적인 동영상과 채팅’을 꼽았다.

시민단체 밝은 청소년 지원센터 지정순 미디어 전문 위원은 “일부 가수들의 도를 넘어선 선정적 뮤직 비디오는 청소년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콘텐츠인데 어른들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것이 성범죄를 합리화하는 요인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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