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물갈이’에 갈 곳 잃은 소수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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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물갈이’에 갈 곳 잃은 소수 미디어
영상미디어센터 등 '신설 보수단체'에 … 독립영화·퍼블릭액세스 위축 우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2.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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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원사업자 선정이 뒷말을 낳고 있다. 영진위가 보수 성향의 신설단체에 지원을 몰아주자, 지난해 문화·예술계 단체장 물갈이가 영화계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독립영화와 퍼블릭액세스의 성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진위는 지난달 25일 (사)시민영상문화기구와 (사)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를 각각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운영자로 선정했다. 시민영상문화기구는 재공모 직전인 지난 1월 6일 결성됐고,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는 지난해 11월 만들어졌다.

반면 8년 동안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해온 미디액트는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로 조직을 확대해 공모에 응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에 미디액트 운영진과 수강생들은 “기존의 성과를 무시하고 검증되지 않은 ‘급조 단체’를 선정한 심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의 사업자 선정 철회를 요구했다. ⓒPD저널

▲영진위의 자기모순=영진위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이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 감사 결과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미디액트의 전문성을 주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한독협과 연관된 것이므로 공모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액트는 초기부터 한독협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다. 지난 2002년부터 위탁운영을 받은 한독협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 소장과 운영위원을 추천했을 뿐,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개입한 적이 없다. 더구나 영진위도 3명의 운영위원을 추천해왔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또 “만일 미디어교육협회가 한독협과 무관하다면 신생단체인 시민영상기구와 동일한 신청조건”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미디액트 운영진을 흡수한 미디어교육협회의 전문성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퍼블릭액세스·독립영화 성과는 어디로=기존 미디액트 운영진과 수강생들은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설립 취지를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을까를 우려하고 있다. 참여 인사 가운데 퍼블릭액세스나 독립영화 관련 인물이 없는 등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독협 초대 이사장을 지낸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시민영상문화기구 이사장 장원재 씨는 축구해설가라고 들었다”면서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 단체라면 어디든 괜찮지만, 전문성이 너무나 결여된 사람들이 이 사업을 계속하게 되는 것을 수긍하거나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결여’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이주훈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심사과정에서 ‘(영상미디어)센터는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이 나왔다”며 “이 사람들이 과연 심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심사를 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 미디액트를 지지하는 해외 미디어 단체 및 개인들의 모임인 '미디액트 국제연대(Mediact International Solidarity)' 회원들과 독립영화 관계자 20여명은 2일 오전 문화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결과에 항의했다.ⓒMediact International Solidarity

▲영화진흥도 친정부단체만?=이번 영진위 지원사업에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와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는 보수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시민영상문화기구를 이끌고 있는 김종국 홍익대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문화미래포럼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독립영화감독 최공재 씨는 과거 보수매체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찬성하는 기고를 한 바 있다.

영화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은 “공공미디어로서 영화나 영상에 대한 개념이 전무할 때 초기 고난을 감수한 이들이 바로 미디액트와 인디스페이스의 운영진”이라며 “이런 공간을 정권을 잡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운영주체를 변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영진위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단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인권영화제 주최)과 인디포럼작가회의는 지난달 28일 영진위의 영화단체 지원사업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진위가 선정 과정에서 ‘촛불집회 참여 여부’ 등을 확인했다”며 “이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단체들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라’는 기획재정부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 2일 미디액트를 지지하는 해외 미디어단체와 개인들의 모임인 ‘미디액트 국제연대(Mediact International Solidarity)’ 회원들과 독립영화 관계자 20여명은 문화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 42개국 588명의 서명을 담은 국제 온라인 탄원서를 문화부와 영진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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