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부 홍보’ 논란 두드러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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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방송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제도적 장치 필요” 목소리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 취임 후 KBS를 향한 ‘정부 홍보’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잇따른 ‘협찬’ 프로그램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KBS가 ‘관제 방송’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작진 “정부 홍보 의도는 없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정부 홍보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학카페>의 이강주 CP는 “<과학카페>가 일반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달리 과학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어서 쇠고기 검역 과정에 어떤 과학 기술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수입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CP는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앞둔 시점에 방송이 나간 것에 대해서도 “그것까지 신경 쓰진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협찬은 아니지만, 정부가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원전 수출 관련 기념 특집을 방송해 비판을 받고 있는 <열린음악회>의 권영태 CP는 “원전 수출은 국가적으로 워낙 큰 사업이기 때문에 (이번 방송은) 그것을 서로 축하하는 자리”라며 “정부를 홍보하는 방송이 아니라, 통상적 수준의 특집”이라고 밝혔다.

▲ KBS <열린음악회> ⓒKBS
그러나 안팎의 비판은 거세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2일 발행한 공정방송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정부협찬 문제가 이제는 단순협찬을 넘어 정부홍보의 주요도구로 전락하는 등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KBS 본부는 “(이번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KBS가 정부와 정치권력과의 긴장의 끈을 놓아버림으로써 무분별한 정부협찬이 야기할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의 한 PD는 “(정부에서) KBS를 ‘관영 방송’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제 KBS는 정권의 주문에 따라 보도·교양·오락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정권 홍보를 일삼는 ‘관제방송’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 역시 지난달 28일 낸 성명에서 “‘땡이뉴스’, ‘정권홍보 드라마’로도 모자라 이제 ‘과학다큐’마저 ‘관제다큐’로 만들겠단 것이냐”며 “KBS가 정권의 논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만으로도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상실”이라고 지적했다.

“KBS ‘관영 방송’ 전락 우려”

KBS 내부에서는 정부 홍보성 협찬이 들어왔을 경우 제작진이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의 한 PD는 “제작 자율성이 보장돼 있을 때는 정부를 노골적으로 홍보해주는 협찬 의뢰가 들어오더라도 제작진이 거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김인규 사장 들어오면서 이러한 것을 별로 조심하는 것 같지 않다”면서 “그러한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근 문제 있는 협찬을 받고 방송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S의 또 다른 PD도 “점점 KBS가 내부 자정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제작진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고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죄 없는 제작진들조차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지난 12월 26일 방송된 KBS <과학카페> ⓒKBS
계속 되는 협찬 논란에 대해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정부 홍보를) 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법적으로 금지할 순 없겠지만 협찬을 받더라도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역시 “정부협찬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돼 건전한 공론을 가능케 해야 한다”면서 “최근 몇 년간 정부기관으로부터의 협찬 내역을 파악해 일정 시간이나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상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제도적 장치 없이 정부협찬은 돈이 생겨 좋은 일이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KBS가 정부기관의 하청제작 프로덕션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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