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사장 떠난 MBC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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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떠난 MBC 격랑 속으로
방문진 압박에 끝내 사임…MBC 노조 총파업 돌입 임박
  • 원성윤 기자
  • 승인 2010.02.0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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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로부터 이사로 선임된 황희만(보도), 윤혁(제작) MBC 이사가 노조의 저지에 막혀 이틀째 출근에 실패했다. ⓒPD저널

엄기영 MBC 사장이 지난 8일 전격 사퇴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MBC노조)는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어 MBC가 또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엄 사장 사퇴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방문진)가 엄 사장이 추천한 임원 인선안을 거부한 데 따른 것으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엄기영 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방송문화진흥회 존재 의미에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저는 문화방송(MBC) 사장, 사퇴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1988년 방문진 창립 이래로 사장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거부하고, 방문진이 내정한 이사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우룡 이사장을 포함한 여당 측 인사 6명이 참석했고 야당 측 3인은 이사회 절차에 강하게 항의하며 불참했다.

여당 측 이사 6인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방문진은 보궐이사에 황희만 울산MBC 사장, 윤혁 MBC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이사로 추천했다. 이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인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등은 주주총회를 열어 이들을 보도·제작·편성본부장으로 선출했다. 엄 사장은 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 안우정 예능국장을 보도·제작본부장에 추천했으나, 거부당했다.

▲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로부터 이사로 선임된 황희만(보도), 윤혁(제작) MBC 이사가 노조의 저지에 막혀 이틀째 출근에 실패했다. ⓒPD저널

김우룡 이사장은 “이사 선임 권한은 방문진이 갖고 있다. 사장이 추천하는 사람을 고려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엄 사장이 제시한 ‘뉴 MBC 플랜’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후임 사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사장의 권한인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며 방문진에 끌려 다니다시피 한 엄 사장은 ‘사퇴’라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엄 사장은 지난해 12월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일괄사표를 던져 방문진으로부터 재신임을 얻었지만, 이후 임원 인선에서 수차례 자신의 안을 거부당해 왔다.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여권 핵심 관계자로부터 ‘더 이상 엄기영 MBC 체제는 안 된다’는 뜻을 확인했다”며 “청와대 뜻이 MBC에 관철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부터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MBC노조는 황희만, 윤혁 이사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8일과 9일 이틀 연속 출근을 저지당한 황 이사는 노조를 향해 “공영방송은 바다 위에 떠있어야 한다. 한쪽 바다에 떠있으면 안 된다”며 ‘엄기영 MBC’를 비판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여의도 MBC에서 출근을 저지당한 윤혁 이사는 발길을 돌려 일산MBC 드림센터로 출근, 한 때 임원실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노조원들이 임원실로 몰려가 집단항의를 하자 이내 회사 밖으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들의 출근저지를 비롯해 총파업 방침을 밝힌 MBC 노조는 오는 11~12일, 설 연휴 직후인 16~18일에 총파업 부재자 투표 및 본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노조는 12일부터 서울역, 용산역 등 전국에서 설 귀성객을 상대로 ‘MBC 사태’를 알리는 10만부 선전전을 진행하며 여론전에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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