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 앞두고 방문진 MBC ‘직할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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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압박 거세질 듯…노조 “첫 낙하산 사장 반드시 막아낸다”

■ 방문진 ‘MB정권’ 뜻 따랐나 =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엄기영 MBC 사장이 거부해온 본부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임에 따라 ‘방송장악’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청와대와 여권이 최근 〈PD수첩〉 에 대한 재판부의 잇따른 무죄판결 등 불리한 상황이 계속되자 ‘엄기영 MBC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갈이를 시도했다는 게 노조의 관측이다.

지난해 8월 방문진은 과반 이상의 친여 이사들로 구성된 이후 지속적으로 엄기영 사장을 압박해 왔다. 특히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PD수첩〉광우병 보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취임 초기 ‘공영존’ 등을 설치하며 의욕적이었던 엄 사장은 방문진의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보수색채가 강한 ‘뉴MBC 플랜’을 내세우며 코드를 맞춰갔다. 

이런 노력에도 성이 차지 않았던 김우룡 이사장 등 여당 이사들은 엄 사장의 인사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면서 보수적 색채가 짙은 인물을 엄 사장에게 강요했다. 이번에 임원으로 선임된 윤혁 제작본부장과 황희만 보도본부장은 김 이사장이 추천한 인물로, MBC 내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혁 본부장은 〈PD수첩〉의 공정성을 문제 삼던 MBC선임자 노조인 공정방송노조원 출신이다. 공방노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엄 사장 퇴진으로 MBC의 굴곡진 역사와 과오를 국민 앞에 사죄한다”면서 새 사장에게 강한 인사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이사로 선임된 윤혁 MBC 제작본부장(왼쪽)과 황희만 보도본부장은 8, 9일 노조의 저지에 막혀 출근하지 못했다. ⓒPD저널

한 시사교양국 PD는 “(윤 본부장은) 주요 프로그램은 맡아 본적도 없고, 현재까지 외주제작부에서 부국장을 한 게 전부”라며 “국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본부장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보도국 정치부장과 LA특파원 등을 거친 황희만 보도본부장은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이 계속해서 고집해오던 인사다. 실제로 황 본부장은 지난 9일 “공영방송은 국민의 바다위에 떠있어야 한다”면서 ‘현 MBC’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언급, 향후 MBC 뉴스의 연성·보수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후임 사장으로는 김종오 전 대구MBC 사장(OBS경인TV 상임고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김재철 청주 MBC사장,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등이 3파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공모 절차를 진행해 후임 사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 정권의 눈엣가시 ‘PD수첩’ 운명은 = 엄기영 사장이 사퇴하기 6일 전인, 지난 2일. 방문진은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들고 나왔다. 다음날 3일 이사회에서 방문진은 ‘권고’로 결정하고 조사위 구성을 곧바로 철회했지만, 최근까지 4대강 등 정부비판의 목소리를 거두지 않은 〈PD수첩〉에 대한 공격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PD연합회(회장 김덕재)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MBC에도 낙하산 사장이 내려온다면 이번에 방문진에 간택된 본부장들과 함께 MBC를 멋대로 주무를 것”이라며 “1차 타깃은 〈PD수첩〉을 비롯한 비판기능이 살아있는 시사보도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엄기영 MBC 사장 옆에서 이근행 노조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PD수첩〉의 한 제작진은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PD수첩〉을 반드시 손보려 할 것”이라며 “새 경영진이 들어오면 〈PD수첩〉 존폐여부를 놓고 큰 싸움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용진 한국언론정보학회장(서강대 신방과 교수)은 “MBC의 공영성은 〈PD수첩〉이 지켜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PD수첩〉의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원 회장은 “많은 사람들의 짐작대로 (폐지가) 쉽게 이뤄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PD수첩〉의 전통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맥없이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노조 “MBC 첫 낙하산 사장 막아낼 것”=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MBC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와 전국대의원대회, 조합원 총회를 잇따라 열며 투쟁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정권의 특명을 받은 신임 이사들을 비롯해 새로 임명되는 사장은 공영방송 MBC의 첫 낙하산의 오명을 안고 쫓겨나게 될 것”이라며 “신임 이사의 출근을 저지하고, 총파업 찬반투표를 전개해 나가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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