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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도 모른채 6개월을 허비한 미련함을 고백하며

|contsmark0|병명을 모른 채 6개월 동안 이 병원 저 약국을 전전했다. 여섯군데의 병원과 의료기관을 순례하고도 ‘그놈’의 정체를 몰라 노심초사하다가 단 한번 프랑스 방문으로 모든 우환이 해결됐다.‘onchorcercos’6개월 동안 나를 괴롭혔던 ‘놈’의 이름이다. 서아프리카 열대우림 지역에서 모기나 등에의 피 속에 숨어 있다 사람에 옮아가는 풍토병으로 유충인 ‘마이크로 필라리아’떼들이 사람 혈액 속을 떠돌다, 성체가 되면 살갗 아래 자리를 잡고 양분을 훔치는 기생충이다.아직도 상고적 재래식 삶을 사는 서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더러 이 병에 걸려 드물게 눈이 멀기도 한다는데, 개화세계에 사는 유럽 사람들은 성가시지만 심각하지 않은 병으로 여기고, 특히 요즘은 약이 좋아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지난해 11월 좥다큐멘터리 극장좦을 제작하기 위해 아프리카 카메룬의 정글을 다녀왔다. 야영하면서 내내 체체파리, 모기 등 ‘물 것’ 들에 시달렸다. 식량은 누룽지와 바나나. 숲 속의 생활에 지치고 급한 제작일정에 바둥대다 보면 모든 걸 ‘재수’에 맡기고 건강은 체념하기 마련이다. 하루종일 젖은 등산화를 신기 싫어서 아예 신을 벗고 늪 속에 들어간다든지, 빨래를 나뭇가지와 잎사귀에 널어 말린다든지….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사항을 어길 때 병원균은 몸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 들어오게 된다.그것은 필연적 ‘귀결’일지 모른다. 우리와 함께 일한 프랑스의 한 통역자는 아프리카에 오기 전 티푸스, 파상풍, 말라리아 등 무려 8가지의 백신 접종을 받은 모양이다. 우리는 오로지 활열병 주사를 맞았을 뿐인데…. 그것도 비자를 얻기 위한 조건이었으므로.물론 최근 까지만 해도 국내 사정상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이젠 여행클리닉(삼성의료원)도 생겼고, 또 시간을 조금만 더 투자하면 경유지 파리나 런던에서 여러 가지 접종을 받을 수 있다.(제작 현실이 그렇게 간단치 않겠지만)귀국 후 처음 석달 동안 밤마다 가려움증으로 시달릴 때만 해도 그렇다. 독한 술을 마시고 잠을 청했던 미련한 세월도 알고보면 ‘편집제작 급한데 간지러움과 두드러기는 내놓고 말할 병도 아니고 병원에 들락거릴 처지가 아닌 우리 동네의 일 문화’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과 병’에 대한 곰바우 pd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죽을 병이 아닌 바에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조 또한 ‘치료기간’을 연장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계속 아프다는데 그 흔한 혈액검사 한 번 해보자는 말없이 ‘접촉성 피부염’ 약만 한움큼씩 처방해 주었던 의사들. 급기야 황달이 오고 급성 b형 간염이 발병하자 아프리카 행이 그 원인이 아니었겠냐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 측은 ‘간지럼병은 모르겠고, 간염은 그 직업과 무관하므로 알아서 치료하라’고 통보해왔다. 서아프리카 여라 나라가 프랑스 식민지 였으므로 임상경험이 많은 파리로 치료를 가야겠다고 의료보험조합에 문의하니 선례도 없고, 도와줄 방법도 없다고 한다. 약을 구하기 위해 출국할 당시 숟가락을 쥐기 힘들 정도로 손이 부어 올라 이거 이러다가 숟가락 놓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그동안 의사 믿고 기다린 세월이 한심하고 화가 나기까지 했다.치료를 담당했던 그레노블 대학 열대병 전문의 dr. morlet 교수는 ‘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 병이지만 마이크로 필라피아가 마침 눈에 들어가기 직전이라 퍽 다행’이라고 했다. 물론 임상경험이 많은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쉽게 원인을 찾아내다니 프랑스가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더군다나 주소 하나 달랑 적어 놓고 각종 검사비와 치료비를 모두 ‘외상’으로 해주는 바에야.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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