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은 EBS가 기획하고 독립제작사 PD들이 만드는 여행 다큐멘터리다. 김형준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9명의 독립PD가 각각 만드는 작품이 하나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다. 매주 한 나라씩 방송되는 빡빡한 일정 덕에 제작진의 절반은 항상 외국에 나가 있다.

때문에 출연자 섭외는 나라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사진작가, 영화감독, 음악가, 배우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세계테마기행〉를 거쳐 갔다. 간혹 ‘탐나는’ 출연자가 있으면 제작진이 먼저 가고픈 여행지를 먼저 묻는다. 소설가 성석제와 박제동 화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성석제 씨는 문학소년 시절부터 네루다의 시를 읽으며 그의 나라 칠레를 꼭 가보고 싶었대요. 덕분에 여행지를 찾았을 때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감회를 밝히기도 했죠. 박제동 화백은 그리스를 선택했는데, 본인이 꿈꿔왔던 나라라 그런지 공부도 많이 해왔고 개인적 욕망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잘 전달한 경우입니다.”

교육방송이라지만 시청률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 혹시 유명 연예인 섭외에 유혹을 느낀 적은 없는지 궁금했다. 이에 김형준 PD는 “세계테마기행의 주인공은 출연자가 아닌 여행지”라고 답했다. 그는 “해당 지역을 최대한 잘 보여주고, 출연자의 체험이나 감상을 잘 전달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오히려 너무 색깔이 강한 출연자가 나오면 사람에게만 눈길이 쏠려 기획의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테마기행〉이 100주간 여행한 나라는 중복된 몇 군데를 뺀 90여개국. 김형준 PD는 사실 이처럼 ‘장수 프로그램’이 될지 예상치 못했다. “전 세계 180여 나라 가운데 아주 작은 나라들을 빼면 프로그램에서 다룰만한 곳은 100개국이 넘지 않아요. 처음에는 50개국 정도 여행하면 소재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같은 나라라도 출연자와 PD에 따라 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100년이라도 방송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여행 프로를 맡고 있지만, 프로듀서인 김형준 PD는 정작 해외 촬영을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매주 독립PD들이 찍어오는 촬영 테이프를 보며 여행을 간접 경험할 뿐. 그가 가고픈 여행지 1순위는 히말라야 고원지대에 터를 잡은 네팔과 파키스탄이다. 김 PD는 “그곳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초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며 “여행갈 때 많은 부분은 자연을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시간 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지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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