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 정체성 지켜내는 일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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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로그램 정체성 지켜내는 일이 중요”
[인터뷰] 최상재·엄경철·박영선이 보는 ‘MBC 사태’
  • 백혜영·김고은 기자
  • 승인 2010.03.02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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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시작됐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싸움이다. 엄기영 사장 사퇴 후 총파업까지 결의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와 함께 외부에서 이번 싸움의 중심축이 될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엄경철 위원장, 미디어행동 박영선 대외협력국장이 ‘MBC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에게 ‘MBC 사태’는 묘한 데자뷰를 불러 일으킨다.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활약할 때 정연주 KBS 사장은 해임됐다. 2010년 2월 26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바로 그 날 MBC 새 사장이 선임됐다.

엄경철 본부장은 “올림픽으로 관심이 쏠리는 동안 정연주 사장이 쫓겨났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이 묘하게 너무 잘 한다. 행복한 느낌에 가려져 있는 ‘MBC 사태’의 후폭풍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2년 만에 KBS, MBC 양대 공영방송사 사장이 모두 바뀌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MBC 사태는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는 방송 통제의 일환”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MBC 사태는 KBS나 YTN처럼 방송사를 직접 장악하는 것보다 MBC를 무력화하고, 내부 갈등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전체 언론 지형에서 정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다목적 잇속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영선 미디어행동 대외협력국장도 “(MBC 사장 교체는) 방문진의 의도 하에 엄기영 사장을 쫓아내고 이명박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에서 프로그램 개편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며 “방문진의 월권 행위가 이미 전개된 이후 내리꽂는 사장은 누가 됐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 박영선 미디어행동 대외협력국장(왼쪽부터) ⓒ언론노조, KBS 본부, PD저널

이들은 방문진에 의한 사장 교체가 MBC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그것이 곧 국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엄 본부장은 “친정부적 사장이 오면 구성원 징계와 인사를 통해 힘에 의한 통치로 바꾸고 그 다음 수순은 <PD수첩> 등 청와대나 보수 단체에서 문제 삼은 프로그램을 손보는 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장이 바뀐 후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폐지 또는 개편되고, 탐사보도팀 역시 해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은 KBS가 앞서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 국장 역시 “MBC가 내부적으로 가장 열심히 싸워야 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켜내려면 보도‧제작투쟁, 기존 프로그램 사수 투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친정부적) 사장이 와서 장악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알권리가 차단되는 게 ‘장악’”이라면서 “장악되지 않게 싸우는 게 파업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론의 관심, 그리고 연대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한 ‘공영방송 MBC 사수 시민행동’이 출범했다. 여기에는 언론운동단체뿐 아니라 야 5당, 시민사회, 진보진영, 청년학생, 노동진영 등이 모두 포괄돼 있다.

박 국장은 “지금 사태는 MBC만의 투쟁이 아니라 알권리, 말할 권리가 차단되는 바로 나의 문제”라면서 “시민들이 직접 MBC를 지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도 “MBC 사태가 언론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을 언론인과 시청자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방문진이 계속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안착시키려 한다면 ‘시민행동’ 활동을 통해 MBC 사태를 범국민적 투쟁 단위로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BS에 새 노조가 출범하고 SBS, YTN에서 각각 방송 사영화 저지, 공정 보도 투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그 힘을 하나로 모으는 형태로 이번 싸움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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