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인사 통해 ‘친정체제’ 가속화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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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조사위, 단협개정 등 방문진 주장 ‘판박이’ … 노조와 정면충돌 불가피

MBC 신임 사장에 김재철 청주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선임됐다. 하지만 ‘MB와 가장 가까운 MBC 인사’라는 평을 듣는 김 사장의 낙점은 ‘낙하산’ 논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이 〈PD수첩〉 진상조사와 단체협약 개정 뜻을 내비쳐, 총파업을 결의한 노조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게 됐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지난달 26일 오전 9시부터 면접을 진행한 뒤 김재철 청주 MBC 사장이 최종후보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야당 이사 3인은 기권했다. 정상모 이사는 “방문진이 방송섭정 단계에서 방송장악 단계로 넘어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방송독립? “믿을 수 없어” = 지난달 26일 면접을 마친 직 후 기자들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보도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김 사장은 “한 번 쌓은 친분은 끝까지 간다”고 답하는 등 세간의 우려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는 “31년을 MBC에서 근무한 내가 왜 낙하산이냐”며 “방송 장악하러 왔으면, 제가 여기 사장이 될 이유가 없다. 일단 보고 판단하라”고 맞섰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한나라당 주최 행사에 공공연하게 참여해 논란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구성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치부 신입기자 시절 당시 초선의원으로 만난 이 대통령과의 사이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MBC 사장 재직시절인 2007년 9월, 김 사장이 모친상을 당하자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바쁜 와중에도 직접 조문할 정도였다.

▲ 지난 2일 오전 8시 47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로 출근한 김재철 사장은 노조의 출근에 막혀 출근이 무산됐다. ⓒPD저널

뿐만 아니다. 청주MBC 사장 재직시절에는 이 대통령에게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직접 브리핑 해 물의를 빚었고, 충북도청 업무보고 시 지역 유력 언론사 사장들을 제치고 참석하기도 했다. “MB와 저는 부인할 수 없는 관계”라는 김 사장의 말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증명해 준다.

이런 관계 때문에 시민사회와 학계도 김 사장의 내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 5당을 비롯 100여개 단체가 참여한 ‘공영방송 MBC사수 시민행동’은 “YTN과 KBS를 차례로 진압한 정권은 이제 MBC를 포위한 채 백기투항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3명의 언론학자 모임인 미디어공공성 포럼도 “MBC 사태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의 완결판”이라고 성토했다.

■ ‘PD수첩’ 조사, 단협 개정…김우룡 ‘판박이’ = 김 사장은 면접 당시 △〈PD수첩〉 진상위원회 구성 △단체협약 개정 등의 뜻을 밝혔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엄기영 전 사장에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과 일치한다. 김 이사장은 두 사안을 가지고, 엄 전 사장에게 본부장 인선 거래를 시도한 것이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조는 ”정권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강한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첫 출근 자리에서 〈PD수첩〉에 대해 “후배들을 믿지만 절차상 놓친 것이 있을 수 있다. 90%를 잘했더라도 10%는 못했을 수 있다. 대화를 하고 관련 자료를 읽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MBC 구성원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PD수첩〉의 한 제작진은 “법원에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 명에 달하는 참고인과 수많은 증거자료들이 제출됐고, 부장검사까지 교체되면서 내린 판결은 〈PD수첩〉무죄였다”며 “김 사장이 생각하는 ‘진상’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에서 전국 조합원 총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PD저널

노조와 단체협약 개정 역시 논란거리다. 그동안 여당이사들은 “MBC 단체협약을 보면 사실상 국장 인사를 노조가 좌우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방송법이 경영진에 부여한 권한을 실질적으로 노조가 행사하는 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조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경영진으로부터 방송 편집과 제작의 분리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지역MBC 광역화 문제도 화두다. 김 사장은 “19개 지역 MBC 광고매출이 많이 떨어졌고, 인력도 많이 줄었다”면서 “지역MBC를 합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MBC의 광역화는 지역MBC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논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김 사장의 발언은) 지역MBC 주주총회를 앞둔 노림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인사 통해 ‘친정체제’ 가속화 = 노조의 출근저지에 막힌 김 사장은 회사 측에서 마련한 모처에서 현안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공석 중인 부사장, 기획조정실장(이사), 디지털본부장(기술이사)에 장근복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 전영배 전 보도국장, 문장환 현 디지털본부장을 각각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8~10일까지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지역 MBC 및 자회사 사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조기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MBC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에 이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정면충돌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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