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의 ‘마이웨이’ 인사, MBC 또다시 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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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TK 편중에 징계전력자 포함…‘광역화’ 논의도 없이 졸속추진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8일 단행한 MBC 관계회사 사장 인사를 놓고 노사관계가 또다시 파국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노사가 본부장 교체를 조건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28개 관계사 (19개 지방사·9개 자회사) 사장 인선이 징계 전력자와 TK(대구·경북), 고려대, 기자 편중 인사가 단행되면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이 지역MBC를 통폐합하는 ‘광역화’를 사전 논의 없이 추진하고 나섬에 따라, 지역MBC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MBC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향후 보도, 제작본부장, 국장급 인사에서도 김재철식 인사 폭거가 계속되면 총파업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 뇌물전력, TK, 고려대…김재철의 MB 본색? = 이번 MBC 관계사 인사는 ‘TK·고려대·기자출신’ 인사로 요약된다. 19개 지방MBC 사장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곳이 영남출신이고, 특히 TK(대구·경북) 출신이 눈에 띈다. 또한 김재철 사장 본인을 비롯해 본사 경영진 일부와 광주, 대전, 전주, 마산·진주, 춘천MBC 사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약 50%에 달하는 9개 지방사는 기자출신으로 채워져 학연, 지연, 직군 편중인사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 김재철 MBC 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PD저널
징계 전력을 가진 인사의 발탁은 MBC 구성원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찌 핸드백’ 뇌물파동을 일으켰던 강성주 전 보도국장은 이번에 포항MBC 사장으로 발탁됐다. 강 전 보도국장은 해외송출업체 브로커로부터 로비를 받은 혐의로 회사로부터 해고까지 당했다. 이후 그는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퇴사한다’는 법원의 직권조정으로 간신히 논설위원으로 복직한 바 있다.

또한 〈PD수첩〉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해사행위’로 징계를 받은 정수채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은 MBC 프로덕션 이사로 선임됐고, 함께 노조활동을 한 윤혁 제작본부장은 MBC 프로덕션 사장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해사 행위로 인한 징계가 훈장이 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과거가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는 현재를 낳았다”고 이번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대로 경영을 잘해놓고도 ‘해임’ 된 경우도 있다. 광주MBC의 경우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지만, 사장이 교체됐다. MBC 관계자는 “본사가 지역사 사장의 경영능력을 재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경영평가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광역화’ 카드 꺼내들다 = 김재철 사장의 임기는 사퇴한 엄기영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MBC 안팎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해 19개 지역MBC를 통폐합하는 ‘광역화’를 일찌감치 꺼내 들었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토론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추진하고 보는 ‘MB식 스타일’에 구성원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 진주MBC 지부에서 광역화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MBC노조
특히 진주·마산 MBC 통합 사장에 김종국 전 기획조정실장을 선임해 광역화 반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정대균 진주MBC 노조지부장은 “지역 구성원과 지역민들 의견을 수렴해서 광역화가 이뤄져야지, 성과를 내기 위한 명령하달식 통합은 절대 안 된다”며 “진주 MBC가 없어지게 되면 서부경남권 지역민들은 철저하게 소외당한다”고 비판했다. 진주MBC 노조는 김종국 신임 사장의 출근저지와 더불어 10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총파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엄기영 체제에서 MBC 보수화의 주역으로 손꼽혔던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은 김재철 체제에서 여전히 살아남았다”면서 “지역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은 채 일방으로 진주, 마산 MBC 통합 사장으로 지명됐다는 점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 노조 “합의파기 되면 다시 출근저지” =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는 오는 10일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황희만, 윤혁 이사’ 인사를 재논의한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이사직 사임에 대해 협의했지만, 김우룡 이사장은 “이사들의 진퇴에 대한 결정은 방문진의 고유권한”이라며 맞서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노조는 두 이사에 대한 인사 조치를 완료하지 못하면 사실상 노-사 합의 파기로 간주해 출근저지투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 비대위는 오는 11일 서울지부 긴급 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구체적인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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