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KBS 진짜 노조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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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KBS 진짜 노조를 쫓는다!
11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 열려
  • 백혜영 기자
  • 승인 2010.03.1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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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KBS 본관 앞 계단을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과 이내규 부위원장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기존 노조에서 나온 것 아닐까. 처음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우리가 왜 KBS에 다니는지, KBS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정세진 KBS 아나운서)

“오랫동안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노조이니만큼 정말 잘 돼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갈증이 있었다. 새 노조가 그런 갈증을 말끔히 해소해줄 걸로 믿는다.”(KBS 드라마 <추노> 곽정환 PD)

“지역발령을 받으면서 <미디어포커스>, <쌈>, 탐사보도팀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지금 KBS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새 노조를 구심점으로 흔들림 없는 대오를 유지하는 것이다.”(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


11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가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KBS 수목드라마 <추노>를 패러디해 ‘추노-KBS 진짜 노조를 쫓는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출범식 시작을 알렸다. (http://www.youtube.com/watch?v=rILgZ8uCz3s)

KBS 새 노조는 지난해 ‘김인규 사장 퇴진’ 총파업 투표 부결 이후 노조 집행부가 사퇴를 거부하자, 기자·PD들을 주축으로 한 조합원들이 노조에서 집단 탈퇴해 설립했다. 현재 KBS 본부에는 8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상태다.

▲ 11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새 노조 조합원들을 비롯해 언론단체,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출범식에서 엄경철 KBS 본부장은 “지난 2년 동안 KBS를 다니면서 항상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세 달 전 새 노조를 설립하려고 했을 때 막막함이 떠오르지만 3개월이 지나 800명이 모여 새 노조를 만들었다. 선물처럼 어제 법원이 KBS에 새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결정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 본부장은 “KBS 이름을 당당히 붙이고 취재하던 때,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언론사로 활동하던 때가 까마득하다. 그만큼 무너져 내렸다”면서도 “다시 일어서고자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다. 공영방송의 책무와 언론인의 사명을 지키는 이 길을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내규 KBS 본부 부위원장은 “KBS가 장악됐다고 하지만 여기 800명의 조합원들은 결코 장악되지 않았다”며 “지금부터 공영방송다운 날이 선 뉴스, 예능, 드라마를 만들자. KBS 본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오른쪽)과 이내규 부위원장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KBS 본부에 대한 외부의 격려도 이어졌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오늘 3월의 봄 하늘에 희망을 쏘아올렸다”면서 “(새 노조 출범이) 언론독립, 민주주의, 인간다운 삶을 되찾는 희망의 신호탄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근행 MBC 본부장은 “MBC 본부가 총파업을 결행하지 않았지만, 할 수 없어서 안 한 게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힘을 아껴둔 것”이라면서 “새 노조가 탄생을 준비할 때부터 KBS 본부와 MBC 본부가 방송독립과 공영방송을 지키는 투쟁에 총파업으로 맞설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을 했다. 이제 두 노조가 형제처럼 뭉쳐 공영방송을 굳건히 지켜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금 여러분들은) KBS를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반드시 이뤄진다. 국민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KBS 본부는 이날 출범 선언문을 통해 “방송장악을 획책하는 정권의 음모에 맞서 공영방송 KBS를 지켜내고, 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와 국민이 참된 공영방송을 되찾는 그날까지 하나 된 의지를 모아 끝까지 힘차게 싸워나가자”고 결의했다.

▲ KBS 본관 앞 계단을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한편, KBS 본부는 이날 출범식 도중 조합원들에게 의미심장한 퀴즈를 내기도 했다. “KBS에 MB특보님이 오신 이래 가장 X된 사람은 누구일까”가 문제. 3위는 “토사구팽 당한” 이병순 전 KBS 사장, 2위는 “곧 이병순 전 사장처럼 될” 김인규 KBS 사장, 1위는 KBS인(바로 우리)이었다. 출범식 사회를 맡은 오태훈 아나운서는 “지금 우리는 새로 탄생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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