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죽음에 장삿속만 채우려는 상업언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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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죽음에 장삿속만 채우려는 상업언론 무섭다”
[인터뷰]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백혜영 기자
  • 승인 2010.03.16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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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죽었는데 자기 매체의 장삿속만 채우려고 하는 상업언론을 보며 서글픔을 넘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검거된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평했다. 지난 10일 김길태가 검거된 이후 언론은 경쟁하듯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오 국장은 최근 쏟아지는 보도에 대해 “범행 행적을 쫓거나 김길태의 과거 학적부까지 보여주면서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사건이 어떻게 하면 재발되지 않을지 의제를 설정해야 하는 언론이 경찰 입만 쳐다보고 중계방송 하듯 보도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힘을 왜 오직 자신들 뱃속을 채우는데 이용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길태 검거로 다시 일고 있는 ‘흉악범 얼굴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비본질적 사안”이라며 “불필요한 소모적 논란”이라고 잘라 말했다. “(흉악범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가 아이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인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매번 흉악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은 얼굴 공개 등을 통해 자신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도 본질은 사라지고 (경찰이) 얼굴 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화가 난다. 얼굴 보고싶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다. 시민들에게 얼굴 공개가 중요하냐,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하겠나.”

▲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PD저널
오 국장은 얼굴 공개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검거된 피의자 얼굴을 경찰이 강제로 공개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것.

“얼굴 공개를 통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 크다면 수사, 공판 단계가 아니라 형이 확정되는 단계에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경찰이 체포하고 검찰이 기소했다고 그 사람이 범인은 아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근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얼굴 공개를 통해 얻는 ‘이익’이 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거 이전이라면 얼굴을 공개해 얻는 이익이 구체적이지만, 이미 검거된 사람의 얼굴을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공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호순의 경우만 하더라도 (얼굴, 신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태어난 동네의 물건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아무 상관없는 고향 주민들, 가족이 끔찍한 피해를 받게 된다. 피해는 구체적이고, 이익은 없다. 값싼 호기심 충족 말고 어떠한 효과가 있나. 강호순 얼굴 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나?”

오 국장은 “그때그때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거나 대중의 분노에 기대 정책이 정해지면 안 된다”면서 “장기적 전망에서 정책이 정해져야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굴 공개 등 비본질적 사안으로 소모적 논란을 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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