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담배 몇 개비 피운 게 궁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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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비평] 김길태 보도 “언론의 상업주의적 속성 드러난 것”

정작 필요한 보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신 단순한 ‘호기심’을 채우는 보도가 쏟아졌다. 김길태가 검거된 이후 지난 6일 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의 메인 뉴스가 보여준 보도 태도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보도 행태는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도양은 많았고, 김길태가 먹은 음식의 종류나 그의 심리 상태, 과거 행적, 수사 진행 상황 등이 시시콜콜 ‘중계방송’ 됐다.

▲ 지난 12일 KBS <뉴스9> ⓒKBS

지난 6일 동안 김길태 관련 방송 3사의 보도양은 ‘지나치게’ 많았다. 특히 KBS는 6일 동안 모두 44건의 보도를 쏟아내 이번 사건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KBS는 MBC와 SBS가 김길태 관련 보도양을 줄인 지난 14, 15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각 4건, 7건의 보도를 이어갔다. MBC와 SBS는 6일 동안 각각 36건, 33건의 보도를 내보내 역시 적지 않은 양을 보여줬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다. 그 많은 보도 속에서 사건의 ‘본질’과 근접하다고 여겨질 만한 내용들은 아주 간혹 눈에 띌 뿐이었다. 늘 그렇듯 이번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막을 수는 없었는지,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이러한 사건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KBS는 김길태가 검거된 지 6일 만인 지난 15일에야 비로소 이번 사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신고도 묵살한 경찰…예방도 수사도 부실’, ‘실종된 실종전담 경찰수사’, ‘무관심한 사회가 만든 괴물 김기태’)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와 지난 12일 SBS <8뉴스> ⓒMBC, SBS

대신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내용들은 보도 대상이 됐다. 김길태와 관련해 10건의 보도를 쏟아낸 지난 11일 MBC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길태가 보여준 행동들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김길태가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 한 그릇을 비웠고, 조사 도중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했고, 몇 시간 잠을 잤고, 담배 3~4개비를 피웠다는 내용들이 하나로 묶여 리포트로 만들어졌다.

SBS도 지난 12일 역시 김길태의 태연하고도 당당한 모습을 전했다. “경찰에게 자장면 등 수시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담배를 요구해 피우기도 했다. 김길태가 화장실을 갈 때면 경찰 5~6명이 함께 움직인다” 등 보도 내용은 하루 전 MBC가 보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길태 관련 보도에 대해 MBC의 한 기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시청률만 쫓아가는 보도로 흐르는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주니 고맙고, 경찰은 알아서 얼굴까지 공개해주니 죽이 잘 맞았다”고 꼬집었다.

안정식 SBS 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김길태가 말 한 마디만 해도 기사화 된다”면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는 신변잡기적인 것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이런 기사가 들어가면 시청률이 올라가니 상업주의적, 자본주의적 언론의 속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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