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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MB ‘독도발언’ 침묵]
“정권 부담주는 뉴스 피하나” … “요미우리 주장 2년전과 같다” 반론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논란을 둘러싸고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사안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됐지만, 방송 3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요미우리는 준비서면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것에 대해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지난 2008년 보도 내용을 재확인했다.

해당 소식을 최초 보도한 <국민일보> 온라인판 기사에는 무려 10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이 집중됐고, 청와대가 ‘독도발언’ 논란에 대해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자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 지난 2008년 4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청와대
하지만 주요 신문·방송은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KBS MBC SBS 게시판에는 “독도 발언을 다뤄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발언이 정말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그 진의를 파악해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는 게 언론이 해야 할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지난 12일 낸 논평에서 “청와대와 지상파 방송 3사가 보여주는 침묵은 정권의 방송장악 현실이 연출하는 공포와 괴기의 스펙터클”이라고 비판했고,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독도 발언의 진실을 적극 취재, 보도해야 한다”며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언론사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문제될 게 없다는 쪽은 △이번에 공개된 내용이 2년전 보도됐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요미우리 신문의 입장은 소송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꼽는다.

KBS의 한 기자는 “요미우리 신문의 입장은 지난 2008년보다 진전된 게 없다”며 “무작정 보도해야 되는지 의문이다. 왜 (뉴스로) 안 다루냐고 따지는 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양효경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도 “공판이 시작되지 않았고, (2년 전과)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시기의 문제인데, 아직은 조금 이를 수 있다. 재판이 시작되고 변호사간 논의가 활발해지면, 그땐 사안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식 SBS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소송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방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얘기가 나오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은 지난 주말 한 때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네이버 화면캡처
그러나 한켠에서는 ‘독도 논란’ 자체를 외면한 것은 언론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자성도 나온다.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건을 언론이 아예 다루지 않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승호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도 “소송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의 독도 발언이 논란인 가운데 요미우리는 이런 주장을 한다’는 식의 기사는 충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MBC의 한 기자는 “인터넷에서 그 정도 관심 있는 사안이면 청와대의 해명을 듣고 보도해야 하는데, 한 마디 언급도 없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언론이 사건의 경중보다 청와대에 부담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뉴스의 기준으로 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지금 언론의 태도는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아예 보도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스스로 언론의 기능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독도발언은 영토에 관한 심각한 문제다. 적어도 사실관계는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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