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숙원, 폭스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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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숙원, 폭스의 패배
[원성윤의 연예계 엎어컷]
  • 원성윤 기자
  • 승인 2010.03.22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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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연예계 소식은 쉽니다.)

미국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대대적 개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 이룩한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개혁은 오바마가 취임 직후부터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지금까지 이뤄진 가장 중요한 미국의 사회보장 관련 입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법안 통과소식을 듣고, 뉴스를 봤다. 오바마가 법안을 두고 “미국의 가족, 노동자, 중소기업자들을 위한 법이 될 것”이라고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의보개혁안에 ‘확고한 약속’(unwavering commitment)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오바마를 한껏 추켜세웠고,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알려진 대로 이번 법안 통과에는 오바마의 1대1 설득 전략이 주효했다. 오바마는 호주 여행까지 취소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할 정도로 법안 통과에 지난 1년간 가장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적인 언론으로 손꼽히는 폭스 뉴스는 오바마의 이런 법안을 두고 섬뜩할 정도로 저주를 퍼부었다. 폭스는 “의료보험 개혁이 이뤄지면, ‘죽음의 위원회’가 불치병 환자의 치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기도 했다.

▲ 폭스 뉴스의 대표적 앵커 제이미 콜비(Jamie colby) ⓒFox
아이러니한 것은 폭스가 미국에서 시청률과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라임 타임 시간대 (오후8~11시) 케이블TV 뉴스 시청자 수치에서도 2위 MSNBC(95만), 3위 CNN(63만)을 합친 것 보다 많은 269만 명이 폭스를 시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뉴스를 흑백논리로 단순화시켜 쉽게 보도하고, 강한 선정성을 인기의 비결로 꼽는다.

폭스 뉴스의 대표 앵커로 꼽히는 제이미 콜비(Jamie colby)는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특히 그녀는 뉴스룸에서 자신의 다리가 잘 보이도록 해 남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킨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조차 ‘제이미의 각선미 쇼’(Jamie's leg show)라는 별칭이 따로 붙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녀는 미국의사협회(AMA)가 법안 통과를 찬성하고 나서자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분들은 의사들을 선택할 수도 없고, 원하는 의료 혜택을 적용할 수도 없다”는 사실보다는 주장에 가까운 이야기를 쏟아냈다. 나는 이걸 보면서 한국 보수언론의 보도채널 진출을 상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지난주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오바마도 화가 났던지, 잔뜩 짜증을 냈다. 브렛 베이어 앵커와 인터뷰를 1시간가량 가졌는데 초반부터 베이어가 오바마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답을 하려고 하면 계속 말을 자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자 오바마는 “글쎄, 나는 지금 당신의 질문에 답하려 하는데 당신은 계속 중단시키고 있다”고 말하며 짜증을 냈다.

앵커 베이어의 질문 내용은 엉뚱한 데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건보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이 우회 변칙방식을 사용할지에 대해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거나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이 대표적이다. 

어찌됐든 오바마의 숙원은 승리로, 폭스의 바람은 패배로 끝났지만 앞서 언급한 폭스뉴스의 폐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특히 강렬하고 선정적인 뉴스를 추구하는 폭스가 밋밋하기 그지없는 CNN을 지난 2002년부터 시청률에서 추월했고, 신뢰도도 1위로 올라섰다는 점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아직 한국에선 도입도 안 된 보도전문채널이지만, 폭스의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기우이기를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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