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前 지역MBC 사장, 김재철 사장 사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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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된 사장 전원 참가…“MBC 방송민주화 역사 무시할 수 없어”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에게 前 지역 MBC 사장단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MBC 노동조합으로부터도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 사장이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

김재철 사장으로부터 해임된 12개 지역 MBC 사장 전원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의해 강제로 해임됐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19개 지역 MBC 사장 가운데 MBC 본사 및 관계 회사직을 맡고 있지 않은 12명 전원이 참가했다.

사장단은 “물러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 가운데 지난 3월 8일의 지방 MBC 사장단 인사가 ‘김재철 사장 혼자서 한 인사가 아니라 큰집에서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 매도 때려 만든 인사’라는 대목에 주목한다”며 “여기서 ‘큰집’은 세간의 통상적인 언어로 분명 청와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이어 사장단은 “김재철 사장의 선임 배경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풍설이 파다한 마당에 지방 MBC 사장들까지 청와대가 강제로 해임하고 임명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전임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새로운 경영진의 구성과정에서 노정된 잡음들을 접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배한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지난 1988년 태동한 방송문화진흥회 설립취지를 부정하는 폭거”라며 “MBC의 민주적 전통, 방송 민주화 역사의 도도한 흐름, 김재철 사장 본인의 명예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초 의견이 각기 달랐던 전임 사장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MBC 안에서도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MBC 한 관계자는 “이번 지역 MBC 사장 면면은 보수적 인사라기보다 순전히 ‘사장 사람 심기’에 가까워 보이는 인사였다”면서 “전임 사장들은 가운데 상당히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모두가 성명에 참가하게 된 것은 경영평가와 관계없이 청와대의 지시대로 MBC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한 책임을 김 사장에게 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MBC에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 이하는 전임 지역 MBC 사장단이 발표한 글 전문이다.

김재철 사장님께 드리는 글

 

김재철 사장님.

MBC 사장에 선임되신 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십니까? 우리는 이번 새로운 경영진 구성 과정에서 해임된 지방 MBC 사장단입니다.  

지난 2년은 예기치 않았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방 MBC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고 또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사실은 함께 지방사 사장으로 재임했던 김재철 사장님께서 잘 아실 터이니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각자 보도, 제작, 기술, 경영 분야에서 나름대로 전문적인 식견을 쌓고 지방 MBC 사장직까지 수행했으니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더 아쉽겠습니까. 

또 이 말 많은 세상에 새로운 말을 더 보태 무엇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에 묻은 채 다만 평생 몸담았던 우리의 직장이 조속히 안정돼 대한민국 대표방송, 대표언론으로서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지기를 염원했습니다. 

하지만 전임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새로운 경영진의 구성과정에서 노정된 잡음들을 접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물러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 가운데 지난 3월 8일의 지방 MBC 사장단 인사가 '김재철 사장 혼자서 한 인사가 아니라 큰집에서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 매도 때려 만든 인사'라는 대목에 주목합니다. 

여기서 '큰집'은 세간의 통상적인 언어로 분명 청와대를 지칭하는 것일 터입니다. 이는 김재철 사장의 선임 배경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풍설이 파다한 마당에 지방 MBC 사장들까지 청와대가 강제로 해임하고 임명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배한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민주화 운동의 산물로 지난 1988년 태동한 방송문화진흥회 설립취지와 그 사이 22년 동안의 운영 역사를 통째로 부정하는 폭거입니다. 

김우룡 전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말실수 쯤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보도 내용이 상세하고 구체적입니다. 김 사장님 본인의 관련 부분이 치명적입니다. 지난 3월 8일 인사에서 지방 MBC와 계열사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가 철저히 무시된 점, 특정지역 출신만 일부 잔류시킨 점도 보도 내용에 사실성을 더합니다. 

김재철 사장님.

우리는 여기서 참으로 하기 힘든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사장님이나 우리 모두가 지난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자랑스러운 MBC의 민주적 전통을 더 이상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방송 민주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더 이상 역행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니 김재철 사장님 본인의 명예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합니다. 

김 사장님 자신 또 얼마나 할 말이 많겠습니까마는 김 사장님의 조속한 결단만이 MBC를 누란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합니다. 

2010년 3월22일

전임 지방 MBC 사장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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