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기자 없는 시사프로, 불행의 시작”
상태바
김인규 “기자 없는 시사프로, 불행의 시작”
여의도클럽 초청 강연 … “기자·PD 저널리즘 구분 말고 통합해야”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0.03.23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규 KBS 사장이 2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여의도클럽 초청 강연에서 '한국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KBS

김인규 KBS 사장은 기자·PD로 이원화된 한국 방송저널리즘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신입사원을 통합직군으로 선발하고 협업 프로그램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23일 오전 중견 방송인 모임인 여의도클럽 초청 강연에서 “지난 30년 동안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PD저널리즘이란 용어가 있었다”며 “(기자·PD를) 나누면 안 되는데, 현상만 보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자들에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PD저널리즘의 시작에 대해 “컬러TV 시대의 개막과 함께 <추적60분> 등 시사 프로그램이 등장했지만, 기자 수가 부족해 투입되지 못했다”며 “결국 방송기자 없이 시사프로를 만들겠다고 결정했는데,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했다.

▲ 김인규 KBS 사장이 2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여의도클럽 초청 강연에서 '한국 방송의 당면과제'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KBS
“MBC <PD수첩> 광우병편, PD가 미리 방향성을 잡아놓고…”

김인규 사장은 PD 저널리즘의 장점으로 서사적 구조, 시대정신, 심층성 등을 꼽으면서도 “자칫하면 편파성과 불균형성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그 부작용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거론했다.

“PD가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나름의 방향성을 잡았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애초 방향과 다르게 ‘아니다’라고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럴 때 기자들은 습관적으로 그것(반론)을 넣는다. 하지만 PD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그 내용을) 잘라 버린다. 또 몇 가지 인터뷰 내용이나 화면 등도 문제다. 사실성이 있느냐 여부인데, 공정성은 사실성 확보와 불편부당성이 중요하다.

사실성은 진실성과 관련성이 모두 보장돼야 한다. (다우너 소 화면을 언급하며) 이것과 광우병의 관련성은 사실이 아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일부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걸 전부라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인터뷰를 했으니 괜찮다는 사실은 공정성에 어긋난다. (<PD수첩> 문제가) 2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정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재판 결과로 죄가 있다 없다를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


반대로 김 사장은 “PD없이 기자들끼리 9시 뉴스를 만들면서 빚어지는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건 보도를 예로 들며 “KBS는 첫 날 비행기 충돌 장면을 125커트나 방송해 BBC 16번, ABC 11번보다 월등히 많았다”며 “기자들이 영상 처리에 대한 고민 없이, 반복적으로 해당 화면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S, 신입사원 통합직군 선발·조직 개편 등 예고

김인규 KBS 사장은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기자·PD 통합선발, 협업 프로그램 확대, 조직개편 등을 예고했다. 그는 “올해 신입사원부터 기자·PD를 통합 선발해 두 직종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PD는 전문성이 필요한 예능·드라마를 제외한 편성·교양·기획제작·라디오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또 “현재 구조에서 기자, PD로 입사하면 평생 그것만 해야 한다. 나이 먹으면 바꾸고 싶어도 바꾸지 못한다”며 “기자는 자기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30년을 해도 남는 게 없다. 반대로 어떻게 입사한지 몇 년 안 된 PD가 프로그램에 대한 최고 책임자가 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방송저널리즘은 기자·PD가 따로 가는 외발자전거 저널리즘”이라며 “뉴스·시사정보 프로그램의 뒷바퀴는 기자가 취재해서 사실성을 확보하고, PD는 앞바퀴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양쪽 저널리즘의 장점이 결합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인규 사장은 “현재 한국 방송의 가장 큰 문제는 2공영 1민영 체제의 불안정한 구조”라며 “유럽, 일본과 같은 1공영 다민영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60년대 1공영 2민영 체제가 바람직했는데, 80년 언론통폐합으로 이것이 무너졌다”며 “90년대 방송구조를 재편성면서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은 정책입안자들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신료로만 운영되는 BBC, NHK에 비해 광고 수익이 재원의 42%를 차지하는 KBS의 신뢰도가 낮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공영방송이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광고비율이 낮아져야 한다”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군부독재 찬양? 출입처인 여당 입장 취재·보도하는 건 당연”

한편, 김인규 사장은 정치부 기자 시절 ‘군부독재 찬양’ 리포트 논란에 대해 “(당시 출입처였던) 여당 입장을 취재해 보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여당 출입할 때 리포트만 놓고 기자 행적의 전부인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형평성·균형성에 어긋난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또 “공정보도라는 개념도 시대에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며 “30년전 지금처럼 북한 보도를 한다면 국가보안법으로 걸렸을 것이다. 공정성의 잣대도 구조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과거 리포트를 공개한 KBS 기자협회장이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사장이 징계한 게 아니라, 콘텐츠 유출에 대한 내부 방침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보복징계 논란은) 내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