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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왜곡 교과서’ 사태서 보는 일본 언론의 체질
  • 승인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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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다시 재연한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로 인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양호하다고 말해지던 한일관계에 다시 금이 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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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이런 상황에 대해 나는 일본의 언론에 상당부분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호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나팔수 산케이신문이야 원래 언론사라기보다는 선전선동 기관이라 불러 마땅한 데니 차치해 놓는다하더라도 나머지 언론사들이라도 진작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여론을 불러일으켰다면 오늘 같은 시대착오적인 상황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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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한국과 중국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3일 발표된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결과에 관해서 일본 언론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역사교과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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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지난 80년부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바로잡는다고 일본정부가 도입한 이른바 ‘유토리(여유) 교육’의 스케줄에 따라 그 내용이 대폭 삭감된 산수, 이과, 그리고 국어 교과서들을 중점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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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어린이들의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면서 신문, 방송 모두 이 문제를 크게 다루면서도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취급밖에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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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왜곡된 역사교과서에 관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짤막하게 언급되고는 있지만, 원인이 된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일반국민들은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를 모른다. 그런데,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자세에는 특유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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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패전후 일본의 언론은 전시중 군부에 협력한데 대한 반성과 자계의 뜻에서 언론의 자유를 사수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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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아시아인들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한 직접 책임자들은 군국주의자들이었지만, 북치고 장구치면서 일본국민들을 도취시키고 전쟁의 길로 몰아간 바람잡이 역할을 떠맡았었던 것은 바로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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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하지만, 일본 언론의 반성은 역사적 청산이 동반되지 않은 말만의 것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전시중이나 다름없는 체질은 그대로 남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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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그 좋은 예가 1988년 소화천황이 위독해졌을 때다. 소화천황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일본의 언론은 ‘덴노 헤이카(천황폐하)’의 맥박수, 혈압, 하혈상황 등을 시시각각 보도해가며, 마치 계엄하 언론통제 조치라도 취해진 것처럼 판에 박은 듯 똑같이 슬픔에 찬 논조로, “국민들이여! 침통해 하라!”를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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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0|‘자숙’이라는 말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 해외여행과 호화로운 결혼식은 유보되었고, 교육위원회로부터는 초등학교의 운동회를 중지하라는 권고가 일선학교에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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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천황의 임종을 침통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전시중과 같이 ‘비국민’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는 분위기가 일시에 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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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6|일본 언론은 현인신(現人神) 천황이 점령군에 의해 강요된 ‘인간선언’을 통해 보통의 인간으로 내려온 후 수십년 동안 서서히 변해가던 일본인들의 천황관을 일거에 전쟁 때의 그것으로 되돌려놓는 일을 태연히 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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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9|작년 12월에 열린 여성 국제전범 법정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자세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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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2|세계의 저명한 법률가들이 일본군위안부라는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을 물어 소화천황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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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5|하지만, 전세계로 보도된, 그것도 도쿄 한복판에서 열린 이 법정을 아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일본의 언론이 다시금 무슨 언론통제 조치라도 취해진 것처럼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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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법정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만을 짤막하게 언급한 곳은 있었지만, 소화천황의 유죄판결을 보도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일본에서 비교적 진보적이라는 아사히신문조차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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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nhk는 이 법정을 중심으로 종군위안부에 관한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한다면서 제법 치밀하게 취재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송직전에 프로그램 내용을 대폭적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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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4|자민당의 보수우익 정치가로부터 압력이 있었다고 하고, nhk에 우익단체가 몰려가 현관을 점거하고 “소화천황을 범죄인으로 몰아붙이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방송중지를 요구하는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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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세계 최대의 공영방송사중 하나인 nhk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망하게 압력에 굴복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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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0|그런데도, 일본에는 역사를 왜곡하는 우익세력의 행동이 아무리 폭력적이고 산케이신문으로 대표되는 우익언론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들은 결국 소수에 불과할뿐이며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양식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양심이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니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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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3|하지만 천황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터부시하고 전쟁책임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할뿐만 아니라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왜곡 역사교과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이유있는 반발에 대해서는 그저 면피용으로 최소한의 보도에만 그치고 있는 대부분의 일본 언론과 점잖게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일본인들의 소극적인 양심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우경화를 방치하고 가속시키는 소극적인 악과 별반 다르지 않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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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6|그런데 “언론의 자유를 소리 높여 부르짖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힘에 속박되어 침묵하고 굴복하고 마는 일본의 언론! 이런 일본 언론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언론은 떳떳한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글쎄,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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