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사퇴압력, 입지 좁아진 김재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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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인사도 선임자 노조 출신 중용 우려 …노조, 사장실 앞 농성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MBC 인사개입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각계의 진상 규명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C 안팎에선 진상 규명 요구와 함께 김재철 사장 자진사퇴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MBC가 다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 사장단 인사, 어떻게 이뤄졌나 = 정권에 의한 MBC 인사개입 의혹은 김재철 사장이 지난 8일 단행한 28개 관계사(지역MBC 19개, 자회사9개) 사장단 인사에서 불거지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21개 관계사 (지역MBC 16개, 자회사 5개) 사장을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MBC 안팎에선 엄기영 전 사장의 보궐임기로 선임돼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사장의 인사치고는 폭이 넓고,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뚜렷한 원칙이나 기준 없이 사장단이 교체된 것을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주MBC는 경영평가에서 A를 받았으나 교체됐고, 여수MBC도 경영상황을 크게 개선한 사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밀려났다. 반면 3년 사이 3번이나 사장이 바뀌게 된 포항MBC에는 송출업체 로비를 받아 해고당한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됐다.

또한 노골적인 친여·보수성향을 보이며 〈PD수첩〉을 공격해 온 선임자노조 출신은 안동MBC와 MBC프로덕션 사장에 각각 임명됐고, 이명박 대통령을 미화했던 드라마 〈영웅시대〉의 PD출신이 울산MBC 사장으로 발탁됐다.

▲ 김재철 MBC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MBC
‘TK·고려대’로 요약되는 이른바 ‘MB색깔’이 구현됐다는 평가도 있다. 19개 지방MBC 사장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곳이 영남출신이고, TK(대구·경북) 출신이 약진했다. 또 김 사장 본인을 비롯해 본사 경영진 일부와 광주, 대전, 전주, 마산·진주, 춘천MBC 사장은 고려대 출신이다. 이 가운데 한 사장은 “갑작스레 연락을 받고 지역으로 내려오게 됐다.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왔다”고 말해 정상적인 인사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어제(3월8일)부터 대학살이 시작됐다.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니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라며 ‘큰집’ 외압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관계회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권력기관 누구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큰집’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고 결백을 강조해 진실을 가리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 전례 없는 전직사장단 사퇴요구 =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된 12개 지역 MBC 사장 전원은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 의해 강제로 해임됐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총19개 지역 MBC 사장 가운데 MBC 본사 및 관계 회사직을 맡고 있지 않은 12명 전원이 참가했다.

사장단은 성명서에서 “김재철 사장의 선임 배경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풍설이 파다한 마당에 지방 MBC 사장들까지 청와대가 강제로 해임하고 임명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전임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새로운 경영진 구성과정에서 노정된 잡음들을 접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초 의견이 각기 달랐던 전임 사장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MBC 안에서도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MBC 한 관계자는 “이번 지역 MBC 사장 면면은 보수적 인사라기보다 순전히 ‘사장 사람 심기’에 가까워 보이는 인사였다”면서 “전임 지역사 사장들 가운데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분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철저하게 배제됐다”고 전했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2일부터 '김재철 사장 퇴진' 농성에 들어 갔다. ⓒMBC노조
이 관계자는 “이들 모두가 성명에 참가하게 된 것은 경영평가와 관계없이 청와대의 지시대로 MBC 인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한 책임을 김 사장에게 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MBC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권력기관이 김 사장을 통해 문화방송을 장악하려는 실상이 드러난 이상 김 사장을 용인할 수 없다”며 지난 22일부터 사장실 앞에서 ‘김재철 퇴진’ 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안팎의 퇴진 요구와 관계없이 보도·제작 등 22개 부문의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선임자 노조 창립멤버인 이주갑 편성제작국장을 시사교양국장으로 선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사50주년기획단장(라디오본부 라디오4부)에 선임된 이우용 PD 출신 역시 선임자 노조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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